매일신문

[지역창조가 미래창조다] <22>미래산업으로 떠오른 IT 융합

'약방의 감초' IT, 車부품·로봇·의료기와 만나니 '산업의 감초\

◇무인방제 시스템=OCT가 개발한
◇무인방제 시스템=OCT가 개발한 '시설농업 무인방제 시스템'. ◇고해상도 3차원 스캐너=4D컬쳐의 '3차원 고해상도 피부 스캐너'. ◇시스템 창호=에이스이노텍의 '창문 방호 시스템'. ◇최대전력 관리장치=금호이엔지의 최대전력 관리장치. ◇약제 자동포장기=제이브이엠의 약제 자동포장기. ◇퓨처로봇=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기술 지원해 탄생한 '퓨처로봇'.

산업 간 융합이 활발해지면서 각 분야에서 퓨전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그 핵심에는 IT가 자리 잡고 있다. IT 기술은 전체 융합을 촉진하는 '약방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제 기존 산업별 제품은 한계에 달했으며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만들려면 융합이 필수 요소로 여겨진다. IT 기술을 어떻게 접목하느냐에 따라 미래 산업의 성패가 좌우되는 시대가 온 것. 대구도 이런 추세에 발맞춰 자동차 부품과 로봇, 의료기기 등 다양한 전략산업에 IT 기술이 합쳐지면서 새로운 형태의 제품이 대거 개발, 생산되고 있다. 활발한 기술 융합은 지역의 미래 먹거리 창출에 선봉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똑똑해지는 자동차 부품

SL라이팅은 '차량 외부환경 순응형 전조등 시스템'을 양산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운전자의 조작에 의해 전방만 비추던 전조등 개념에서 탈피해 스스로 외부 환경에 따라 자동으로 변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맞은편에서 오는 자동차 운전자의 눈부심이 없도록 자동으로 빛의 세기를 조절하거나 전조등 헤드가 차체 움직임에 따라 빛의 방향을 바꿔준다. 이 업체는 올 2월 이 기술을 개발한 뒤 현재 현대'기아차 등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아진산업은 '거리 오차율 5% 이하의 HD급 차량용 스테레오 카메라 시스템'을 2015년 완료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운전자가 차량 주변에 있는 물체를 놓치지 않도록 이를 감지해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기술이다. 마치 위에서 보듯이 주변을 살펴 차량이 주차할 때나 출발할 때, 또는 유턴할 때 돌발 상황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지역 업체들은 최근 들어 지능형 자동차 부품 개발에 적극적이다. 과거 자동차의 전장품 비율은 30%에 미치지 못했지만 지금은 40%까지 늘어났고 앞으로 이 비율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그만큼 기존 부품에 IT를 비롯한 첨단 기술들을 접목한 제품들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달 말 완공 예정인 ITS 기반 지능형자동차 부품시험장(달성군 구지면)은 기업들의 지능형 자동차 부품 개발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시험장과 달리 이 시험장은 지능형 자동차 부품을 테스트할 수 있는 모든 환경을 갖췄다. 대구경북자동차 부품진흥재단 허경국 연구기획실장은 "지능형 자동차는 자동차의 본래 기능에 운전자의 기능과 편의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 시험장은 지역 업체들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선진국의 다양한 규제도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약방의 감초' IT 기술

자동차 부품뿐 아니라 지역의 전략산업인 의료기기나 로봇산업 등에서 IT를 접목한 제품 개발이 활발하다. 제이브이엠이 생산하고 있는 '약품 관리 및 약품 조제 자동화 시스템'은 의료기기+IT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기존에 약사가 수동으로 하던 약품 관리 및 조제를 기기가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으로 수행하고 그 결과를 데이터로 보관, 관리하는 전자동 무인 약품 관리 시스템이다.

성서산단에 있는 4D컬쳐는 IT 기술을 접목해 '고해상도 피부 스캐너'를 최근 개발했다. 기존 제품은 피부를 단면으로 보여주지만 이 제품은 피부 상태를 3차원으로 캡처해 병원에서 진단하거나 성형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사용되는 3차원 스캐너는 모두 수입품인 상황에서 이 제품은 수입 대체 효과를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진엠에스 등 지역의 로봇 제작업체들이 R&D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로봇산업의 컨트롤 타워라 할 수 있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대구에 자리해 로봇융합산업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관계자는 "로봇산업도 단순한 무인 작동에서 벗어나 IT와 인공지능이 결합한 융합 형태로 흘러가고 있다"며 "안내 서비스를 하는 '퓨처 로봇'이나 공연을 펼치는 '퍼포먼스 로봇' 등에 최근 기술을 지원하고 있으며 앞으로 대구에 로봇산업클러스터가 조성되면 이런 제품들이 잇따라 생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난이 골칫거리로 떠오른 가운데 최근 에너지 분야에서는 IT 기술이 접목되어 전력을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 그리드'가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 그리드의 한 예로 지역 업체의 '에너지 통합관리시스템'을 들 수 있다. 금호이엔지가 개발한 이 시스템은 빌딩의 에너지를 관리자가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확인하고 제어할 수 있다. 운전 상태나 온도 설정, 전원 여부 등을 한눈에 확인하고 이를 손가락 하나로 작동하는 것. 이를 통해 전력량을 대폭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빌딩 이용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다.

이 밖에 IT 기술이 접목된 사례는 다양한 산업군에서 찾을 수 있다. 성서산단에 자리한 OCT는 '시설농업 무인방제 시스템'을 최근 개발해 양산을 앞두고 있다. '스마트 농업'을 위한 이 기술은 온실형 농업 생산시설에 무인기능을 접목했다. 하우스 재배를 할 때 작물 생육 상태를 모니터로 확인하고 유리창을 자동으로 개폐하는 한편 온도와 습도를 자동으로 조절해준다. 에이스이노텍은 최근 '창문 방호 시스템'을 개발해 LG나 KCC 등 대기업에 곧 납품할 계획이다. 이 기술은 스마트폰을 활용해 창문을 자동으로 개폐하는 한편 누군가 무단으로 침입하면 알람을 해준다.

◆기관 간 연구협력 강화해야

산업 간 융합은 이제 대세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현대자동차는 최근 들어 소프트웨어 분야나 전자공학과 인재들을 대거 채용하고 있다. 일반 제조업체들도 갈수록 전자공학도를 많이 채용하는 추세다. 이는 제조업 분야에서 IT를 비롯한 융합 요소들이 많이 적용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구는 이런 융합산업을 키우는 데 다른 지방 도시에 비해 유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무엇보다 지역에는 산업별로 연구기관들이 즐비하다. 대구테크노파크를 비롯해 대구기계부품연구원,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등 기존 연구기관은 물론 대구경북과학기술원과 대구연구개발특구본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대경권연구센터, 한국기계연구원 대구융합기술연구센터,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등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 밖에 많은 연구기관이 건립될 예정이다.

대구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 김요한 팀장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 연구 기관이 있어 지방도시 가운데 가장 앞서갈 수 있는 저력을 갖고 있다"며 "이런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충분히 융합산업에 적용하면 산업 간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해 대구 경제에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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