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차량을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부담금을 물리는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사실상 탄소세가 도입되는 셈이어서 차 값 상승 우려는 물론 과잉 규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9일 부담금운용심의위원회를 열고 저탄소차협력금제도를 2015년 시행하기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탄소차협력금제도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차를 사는 소비자에게는 부담금을 물리고 배출량이 적은 차를 사면 보조금을 주는 것으로 2017년까지 매년 기준이 강화된다.
정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대형차 대신 소형차 구매를 권장하기 위해 저탄소협력금제도 도입을 결정했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 소비자의 자동차 구매 행태를 바꾸겠다는 발상은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소형차도 부담금에서 예외가 아니어서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부담만 늘린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의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환경부 안을 적용하면 엑센트 1.4는 50만원, 투싼 2.0은 150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카니발의 경우 최고 550만원의 부담금을 낼 가능성이 있어 카니발을 많이 사용하는 영세업자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과잉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고 700만원의 부담금을 내게 되는 에쿠스를 1년에 2만㎞씩 10년간 탈 경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유럽연합(EU)의 배출권 가격으로 환산하면 29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29만원어치 탄소 배출에 700만원을 부과하는 셈이다.
국가적으로도 얼마나 이익이 될지 논란이다. 환경부가 검토 중이 안이 그대로 확정되면 시행 첫해인 2015년에만 차를 사는 소비자들은 4천809억원(연간 120만 대 판매 기준)을 내야 한다. 이 가운데 보조금으로 지급되는 돈 2천616억원을 제하면 소비자들이 순수하게 추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2천193억원에 이른다. 부담금 제도에 따른 이산화탄소 예상 절감량 15만8천t을 유럽연합 탄소배출권 거래가격으로 환산하면 12억원이다. 그런데 이 효과를 내기 위해 소비자 주머니에서 빼가는 돈은 연간 2천억원이 넘는다.
또 친환경 차를 제대로 만들지 못한 국내 업체의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직장인 전모(41) 씨는 "국내 업체의 친환경 기술이 낮아서 생긴 문제를 소비자가 떠안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국산차 구입자가 수입차 구입자를 돕는 꼴이 된다는 우려도 있다. 환경부 검토안을 적용하면 현대차 쏘나타 2.0 구매자는 2017년 150만원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 차 값을 감안하면 소비자가 차를 사면서 지게 되는 총 부담은 2천360만~2천940만원이다. 반면 도요타 프리우스는 2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아 총 구매 비용이 3천130만~4천120만원에서 2천930만~3천920만원으로 떨어진다. 쏘나타의 탄소배출량(147g/㎞)이 프리우스(77g/㎞)의 두 배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쏘나타 최상급 모델이 프리우스 기본 모델보다 비싸진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수입차의 중저가 공세로 국산차업계가 고전하고 있는데 정부가 국산차에 부담금까지 물리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 정부가 시장 가격에 직접 영향을 줘 소비자 선택을 바꾸겠다는 발상은 가장 저급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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