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걱정은 이제 그만

쥐는 고양이가 무서웠다. 고양이를 이길 수도, 피할 수도 없는 걱정 때문에 한숨을 내쉬던 쥐는 조물주에게 고양이가 되게 해 달라고 빌었다. 그렇게 쥐는 고양이가 되었다. 막상 고양이로 살아보니 더 큰 고민이 생겼다. 다시 조물주를 찾아가 이젠 개가 무서워 못 살겠으니 개가 되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조물주는 소원을 또 들어주었다. 그러나 개가 되니 호랑이가 무서웠고, 호랑이로 변신하니 포수 때문에 못 살겠다고 아우성쳤다. 화가 난 조물주가 "넌 무엇이 되어도 불만이니 다시 쥐가 되어라"고 했다는 인도 우화가 있다.

천석꾼은 천석꾼 걱정, 만석꾼은 만석꾼 걱정이라는 옛말대로 애당초 걱정 없는 곳은 없는가 보다. 딸이 여고 3학년이었던 어느 날, 자정이 훨씬 지났는데도 귀가하지 않아 온 가족이 안절부절못했다. 교통사고가 났는지, 괴한에게 납치되었는지, 혹 가출했는가 하여 걱정이 태산이었다. 온통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 있었는데, 두 시간여 만에 딸은 방실방실 웃으며 들어왔다. 친구들과 함께 노래방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왔단다. 그때 왜 긍정적인 생각, 유쾌한 상상은 손톱만큼도 못 했을까?

이처럼 걱정이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부정적으로 예측하고 단정하는 것으로 무의식에서 생겨나온다고 했다. 살아오면서 실패하고 욕먹고 저주받은 경험들이 쌓여 있는 시궁창 같은 곳이 무의식의 세계다. 어둡고 습하며 더러운 곳에서는 당연히 부정적인 생각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카네기 행복론'에서는 병을 만드는 원인의 70%가 고민 걱정이었으며 환자의 절반 이상이 수치심, 무력감, 공포, 절망, 원망에 빠진 신경성 환자라고 했다. 또한 걱정을 다룰 줄 모르는 사업가는 단명한다고도 했다. 어찌 사업가만 그럴까, 내 주위에서 암 걸린 사람들은 거의가 걱정 많은 사람들이었다. 걱정은 나만 골병들게 한 것도 아니었다. 내 섣부른 예단으로 남을 단죄하면서 던진 돌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하였을까.

다행스럽게도 마음에는 맑고 밝은 의식의 세계도 있단다. 지난 일요일은 온 국민이 기뻐한 날이었다. 김연아가 피겨의 여왕으로 돌아왔고 리디아 고라는 열여섯 살 교포 소녀가 골프로 세계를 제패했기 때문이었다. 그 어린 요정들에게는 걱정이 없었을까? 누구에게나 생각의 의자는 하나, 무엇을 앉힐지는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 긍정을 앉히면 부정은 앉을 수가 없고 부정을 앉히면 긍정은 떠나야 한다. 그들은 절대긍정으로 걱정, 두려움까지 몰아낸 멋진 승리였다.

걱정은 이제 그만. 티끌 같은 걱정이 태산을 만든다면 활기찬 행동의 물줄기를 모으면 열정이 강물 되어 흐르지 않을까.

이규석 대구카네기연구소 원장 293l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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