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바꾼 서른 장면/ 이윤택 지음/ 책 굽는 가마 도요 펴냄
참 특이한 분이다. 특유의 연출력과 독특한 카리스마로 현재 밀양 연극촌과 연희단 거리패를 이끌고 있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전방위 예술가로 우뚝 선 이윤택 연출가 이야기다.
그는 매일 고비와 시련에 맨몸으로 맞서온 응전의 나날들이었다고 회고한다. 이윤택이라는 인물의 삶에 있어, 서른 번의 특별한 기회와 위기를 추려 묶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도서출판 도요는 새롭게 기획한 '도요 자전 에세이'의 첫 번째 책으로 이윤택 연출가의 '내 인생을 바꾼 서른 장면'을 기획했다.
짧고도 긴 우리 인생에는 여러 번의 전환점이 있다. 저절로 미소가 번지고 마음이 훈훈해져서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긍정의 순간이 있는가 하면, 두 번 다시 생각하기 싫은 기억들도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모든 순간들은 지금의 그 사람을 있게 한 필연적 재료라 여겨진다. 인생에는 놀라운 역설이 숨어 있다. 반갑게 영접했던 행운은 한 사람을 나태와 방만으로 이끌며, 몸서리치며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왔던 불운은 우리를 굳세게 단련시키는 삶의 참 스승이 되기도 한다.
숱한 고비를 넘어 지금 다시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는 이윤택은 말한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결국 삶이고, 묵묵히 그 길을 가야 한다."
이 책은 저자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걸어오면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던 사건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다. 오래된 기억에서 출발해 ▷영화 구경(떠돌이 장사꾼 아버지의 선물, 아들에게 영화 보여주기) ▷곡마단 이야기(연극쟁이 인생의 원동력이 돼준 곡마단 공연) ▷가족의 역사(우연히 유학자 이언적의 자손임을 알게 됨) ▷어머니의 가정교육(인생 이끈 나침반이 된 어머니) ▷서울연극학교 72학번 A반(괴짜들로 가득한 서울연극학교 이야기) ▷연극을 통해 세상과 만나겠소(연희단 거리패 활동) ▷밀양 연극촌에서 지은 연극 농사 11년 ▷내 소울(SOUL)이 구겨 박혔다 등 굵직한 일들을 위주로 구성했다.
이윤택의 삶에는 많은 파도가 롤러코스터처럼 타고 내렸다. 20대에 일찍 부산에서 소극장을 시작했으나 실패하고, 부산우체국 직원, 한일합섬 견습기사, 한전 직원 등 여러 종류의 일을 하며 경남지역 곳곳을 떠돌았다. 한국방송통신대 초등교육과를 졸업하고, 1979년부터 1986년까지 부산일보 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놀라운 것은 1986년 부산의 소극장들이 문을 닫던 시절, 그는 기자생활을 그만두고 연희단 거리패를 창단해 부산 광복동 모서리에 가마골 소극장을 열었다. 255쪽, 1만3천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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