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지구의 정복자

지구의 정복자/ 에드워드 윌슨 지음/ 이한음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저자는 이기적 유전자, 혈연 선택 이론을 넘어서 새로운 진화 과학과 혁명적 세계관을 제시한다. 그는 이 책을 위대한 화가 폴 고갱이 타이티의 풍경과 사람들을 모티프로 1897년에 그린 거대한 그림 구석에 그림 제목 대신 써넣은"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윌슨은 이 질문에 대해 그 어떤 철학자도, 사제도, 사상가도 만족할 만한 답을 주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오히려 종교, 철학, 사상이 자신들의 무지와 무능만을 증명했을 뿐이라고 냉엄하게 기술한다. 윌슨은 과학적 관점에 기초해야만 인간 조건(human condition)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방법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지난 40년간 진화 생물학계를 지배한 '이기적 유전자'의 시대가 끝났음을 선언하고 대안으로서 집단 선택과 개체 선택이 상호 작용하는 다수준 선택 이론을 제안한다. 혈연 선택이 아니라, 집단 선택과 개체 선택이 얽혀 있는 다수준 선택이 인류의 유전자를 이기적 유전자와 이타적 유전자가 결합된 유전적 키메라(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합성 동물)로 만들었고, 인류는 유전자 수준에 새겨진 이기적 본능과 이타적 본능의 길항(拮抗) 속에서 살도록 운명지어져 있다는 것이다. 집단 선택과 개체 선택의 상호 작용이 빚어낸 '사회성'이 인류의 지구 정복을 가능케 한 혁명적인 힘이었다. 진화 생물학계를 혈연 선택 지지자와 집단 선택 지지자로 양분하는 논쟁에 불을 붙이 이 책을 통해 과학의 최전선은 '사회 생물학'과 '통섭'이 불러일으켰던 논쟁 이후 새로운 논쟁으로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416쪽, 2만2천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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