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동희의 동양고전 이야기] 사마천의 '사기'(史記) 이야기(1)

중국 전설시대∼한 초기 다룬 역사서

사마천(司馬遷)의 '사기'는 동양문화권에서는 유명한 역사서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열전列傳) 부분(여러 인물의 전기집)은 한 편의 훌륭한 작품집으로서 인간 탐구의 재미도 있고 또 삶의 교훈도 얻을 수 있다. 한문 문장도 훌륭하여 우리나라 한문 전기 작가들도 즐겨 읽었다. 이 책은 BC 90년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본기'(本紀:왕조흥망사)를 기본으로 하고, '표'(表:年表), '서'(書:禮制, 曆法, 法制, 治水 등의 제도), '세가'(世家:제후들의 계보), 그리고 '열전' 등 5부로 구성되어 있다. 특이한 것은 공자가 제후는 아니지만 특별히 세가로 다루어져 있는 점이다. 총 130권. 이런 서술 방식을 기전체(紀傳體)라고 부른다. 다룬 시대는 중국의 전설시대부터 하'은'주의 춘추전국시대, 진(秦) 제국의 통일과 멸망을 거쳐 BC 2세기 한(漢) 제국의 초기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이 시대는 사상적으로나 사회경제적으로 인류사의 대변혁기에 해당하는데, 이 책은 이러한 시대를 이해하는 데 매우 훌륭한 자료라 할 수 있다. 역사 자료로서뿐만 아니라 문학서로도 널리 읽히는 이유는 사마천의 역사가로서의 객관적 시각과 냉철한 관찰로써 기록된 인간 삶의 생생한 모습이 잘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전체라는 입체적 역사 기술법이 그 후 중국의 역사 기술의 전범이 되어 면면히 이어졌다는 점 또한 이 책의 가치를 더한다. 그 이전 역사 기술은 편년체로 시간대별로 왕을 중심으로 사건을 엮는 것이었으나 이 책은 오늘날로 말하면 문화사의 영역을 거기에 더하여 인간 역사를 풍부하고 자세히 다룬 것이 특징이다.

사마천은 생몰 연대가 불확실하지만 BC 2세기에서 BC 1세기 사이 한 무제 시대에 살았던 것은 분명하다. 그의 아버지 사마담(司馬談)의 뒤를 이어 태사령(太史令'사관의 우두머리)이 되어 역사 편찬에 종사했는데, 비운의 패장 이릉(李陵)을 변호하다 옥에 갇히고 궁형(宮刑)을 당하는 굴욕을 겪기도 하였다. 그는 그 굴욕을 역사 편찬으로 극복하려고 했다. 그러므로 그는 자신의 전기('열전' 권 70)에서 "나는 궁형을 당한 다음 깊이 생각해 보았다. 공자는 천하 주유의 고난 속에서도 '춘추'를 지었고, 굴원(屈原)은 추방된 뒤 걸작의 장시 '이소'(離騷)를 지었고, 좌구명(左丘明)은 눈을 실명한 뒤 '국어'(國語)를 편찬했다. 이처럼 인간이란 마음에 불만이 쌓이고 자유가 구속될 때 과거를 돌아보고 앞날을 생각하게 된다"고 하였다. '사기' 연구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사기'의 음울한 표현과 날카로운 통찰, 그리고 부조리에 대한 분노 등에는 이러한 사마천의 사연이 배경을 이룬 것이 분명하다."

이동희 계명대 윤리학과 교수 dhl333@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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