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짐 싸는 개미들' 예탁금 13조원대

3년여 만에 최저치 기록…매매 비중도 절반 못미쳐

고객 예탁금이 3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증시가 방향성을 잡지 못하자 불안해진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불신에 기관과 외국인의 이탈 추세까지 가세하면서 한국 주식시장이 구조적 침체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고객 예탁금은 13조4천564억원으로 2010년 9월20일(13조3천20억원) 이후 3년3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겨 놓은 고객 예탁금은 올 들어 17조~18조원 수준을 유지하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자 올 9월 16일에는 19조4천511억원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13조원대로 추락했다.

주식 투자 인구도 줄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6일까지 거래대금을 기준으로 코스피시장 개인 매매 비중(매수'매도 비중 평균)은 46.72%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루 거래되는 3조~4조원 정도의 주식 중 개인이 사고판 주식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개인 매매 비중은 2008년 금융위기 때 49.53%로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증시 회복과 함께 2011년 55.45%까지 높아졌지만 올해 다시 50% 이하로 떨어졌다. 개인 투자자들은 간접투자시장에서도 발을 빼고 있다. 9월 말 기준 개인의 주식형펀드 판매잔고는 59조1천억원으로 2008년 118조5천억원에 비해 59조4천억원 감소했다.

개인들이 증시를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식시장에서 더 이상 돈을 벌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역의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주식시장에 직접 투자를 한 고객들은 평균 30%가량 손실을 봤다. 손실을 본 고객들 중 상당수는 투자를 포기하고 주식시장을 떠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들어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주가 하락률은 25.7%다.

고객 예탁금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는 가운데 최근 기관과 외국인의 시장 참여도 예전 같지 않아 주식시장이 '구조적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이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면 시장 규모가 줄어 기관과 외국인의 거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구조적인 거래량 감소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역동성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