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주의 정치 이슈] 창조경제, 모호함의 덫

여당 의원들조차 "정의 뭐냐" 발목잡힌 朴

박근혜정부를 관통하는 개념 중 하나는 '창조경제'다. "창조경제가 뜻하는 것이 무엇이냐"를 두고 1년 내 시끄러웠다. 이번 정부 첫 국회 국정감사 내내 야권은 창조경제의 개념을 두고 정부 당국의 적확한 대답을 요구했다. 하지만 여전히 명쾌한 답변이 없다.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는 중에 박근혜표 예산이 곳곳에서 발목 잡히고 있다. 창조경제 분야에 대해선 더욱 그렇다. 손에 잡히지도 않는 창조경제에 돈을 쏟아부을 수 없다는 것이 야권의 논리다. 혈세 낭비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아~이것이 창조경제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개념 정립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창조경제'의 '창'자만 나와도 "안돼"

정부의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각종 예산이 국회 예산심사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힘의 우위를 내세운 새누리당이 밀어붙이기에도 논리와 근거가 변변찮은 모양이다. 박근혜정부의 핵심 추진 공약인 창조경제는 민주당이 그 모호한 개념을 들어 '절대불가' 방침을 세웠다. 주거복지 정책인 '행복주택'은 사업축소가 불가피해 보이고, 부처 간 정보공유를 활성화하는 '정부3.0'에 대해선 부처별로 유사하고 중복되는 사업이 많다며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그런데 창조경제 분야는 여야가 없이 고개를 젓는다. 12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예산안조정소위에서는 여당 의원까지 "정부가 이 자리에서 창조경제 개념을 정확하게 설명해보라"고 다그쳤다. 민주당 의원들은 미래창조과학부 소관 '창조경제 기반구축' 예산 45억원을 두고 "전임 이명박 정부의 원격진료'녹색성장체험 사업을 사실상 재활용한 예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으로부터 힘을 얻지 못한 정부는 '창조경제 종합지원서비스 구축운영'(69억원) 관련 예산 처리가 미뤄지는 수모를 겪고 있다. 창조경제타운은 심사 자체가 보류됐다.

◆朴, 홀로 고군분투

같은 날 박근혜 대통령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창조경제박람회를 찾았다. 축사를 통해 "창작과 교류, 협업의 공간으로 오프라인 창조경제타운을 전국 곳곳에 조성해 나가겠다"고 했다. 국회에서 심사를 보류한 창조경제타운 조성 이야기였다.

박 대통령은 "신산업과 신시장, 새로운 일자리라는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선 아이디어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만들고, 체험하고, 구체화해서 실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창조경제의 핵심 전진기지"라고 창조경제타운을 정의했다. 그러면서 "각자의 보유자원과 발전전략을 최대한 반영해 지역별로 다르고 특색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지역 인재들이 꿈을 펼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이번 달에는 중소기업, 벤처기업, 대기업 등과 함께 '민관 합동 창조경제추진단'을 출범할 예정"이라며 "정부와 민간이 머리를 맞대고 규제를 혁파하면서 현장이 요구하는 지원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간다면 창조경제의 성과가 더욱 효율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박람회장에서 창조경제를 알리고자 만든 공간은 인기가 부족했다. '창조경제는 국민의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과학기술과 ICT와 접목한 것'이라는 진부한 설명이 반복됐기 때문이었다.

◆사회적 경제와 창조경제

지난달 7일, 서울시청에서는 '국제사회적경제포럼(GSEF2013)'이 열렸다. 영리보다는 신뢰와 협동에 바탕을 둔 '사회적 경제'가 시장 중심 경제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세계 8개 도시 대표들과 100여 개 단체들이 서울을 찾은 것이다. 이들은 이날 '서울 선언문'을 통해 글로벌 협의체를 만들자는 결과물을 냈다.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는 구성원이 서로 믿고 힘을 합쳐 형평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경제를 뜻한다.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신용조합, 마이크로금융, 비영리단체들로 구성된다.

이날 GSEF를 찾은 이들은 정부의 창조경제와 사회적 경제의 접목을 이야기하며 "창조경제가 협동조합 같은 사회적 기업을 포용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고 강조했다. 웹디자인, 커뮤니티 기술, 홈케어, 재활용, 식량 안보 등 각 분야에 민관의 IT기술과 비영리단체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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