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가 상승·하락 동시 대비 '롱숏펀드'에 돈 몰린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지난달 코스피'코스닥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5조1천135억원으로 2007년 1월(4조3천522억원) 이후 가장 적었다. 증시 방향성이 결정되지 않아 투자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주목받는 펀드가 있다. 바로 롱숏펀드다. 방향성이 모호한 장세에서 효과적인 투자대안으로 떠오르면서 롱숏펀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산운용사들은 앞다퉈 관련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설정액 1조원 돌파

롱숏에서 '롱'(long)은 매수, '숏'(short)은 매도를 뜻한다. 롱숏펀드는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은 매수하고, 내릴 것 같은 주식은 공매도하는 매매전략을 취한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주가가 하락했을 때 다시 매수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기법이다. 롱숏펀드는 주가 상승과 하락을 동시에 대비하는 헤지펀드 효과를 갖고 있어 변동성이 심한 박스권 장세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증시 향방이 불분명하거나 지수 수준이 부담스러울 때 투자대안으로 각광 받는다.

이를 반영하듯 연초 이후 국내'해외주식형 펀드에서 10조원 이상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롱숏펀드에는 1조원 이상 자금이 들어왔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공모 롱숏펀드 전체 설정액은 올 초 1천952억원이었다. 하지만 설정액은 7월 1일 7천557억원, 지난달 15일에는 1조2천668억원으로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7조7천914억원이 유출됐고 해외주식형 펀드는 3조8천274억원이 빠져 나갔다.

수익률 측면에서도 롱숏펀드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운용순자산 10억원 이상인 롱숏펀드 중 최근 설정된 상품을 제외하고 수익률이 비교 가능한 12개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3.74%로 집계됐다. 12개 상품 중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펀드는 하나뿐이었다.

또 최근 한 달간 코스피지수가 1.24% 떨어질 때 국내펀드 평균 수익률은 -0.45%였지만 롱숏펀드 수익률은 0.35%를 기록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도 5.01%로 일반 펀드 수익률(1.4%)에 비해 다섯 배 정도 높았다.

조완제 삼성증권 상품전략팀장은 "투자자들이 주식형펀드를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장 방향성과의 상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롱숏펀드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위험 요인이 덜하기 때문에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수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제자리 걸음을 하는 동안 대표적인 롱숏펀드들은 꾸준히 수익을 쌓아왔다. 주식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과세가 되지 않기 때문에 세금 측면에서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트러스톤 독주에 타 운용사들도 도전장

국내 롱숏펀드 설정액을 보면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내놓은 롱숏펀드들의 총 설정액은 8천659억원으로 전체(1조2천688억원)의 68.2%를 차지한다.

박스권 장세가 장기화 되면서 롱숏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롱숏펀드를 선보이는 자산운용사들이 늘고 있다. 올해에만 삼성자산운용, 신영자산운용, 대신자산운용, 유리자산운용 등이 롱숏펀드 시장에 새롭게 진출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하이자산운용'KB자산운용 등도 이른 시일 내 롱숏펀드를 선보일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달 금융감독원에 롱숏 전략을 활용하는 '한국투자플렉서블50증권투자신탁[주식혼합]'의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운용 전략이나 투자 비중이 달라질 수 있다. 연내 출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신멀티롱숏펀드'를 내놓은 대신자산운용 관계자는 "증시가 부침을 이어가며 박스권에 머무는 상황에서 롱숏펀드는 투자자를 만족시킬 상품이다. 다른 운용사들도 롱숏펀드를 준비하는 상황이라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유의 사항

전문가들은 롱숏펀드를 고를 때 운용기간별 수익률과 헤지 정도를 반드시 살피라고 조언한다. 문병철 삼성자산운용 멀티에셋본부장은 "롱숏펀드의 본질은 안정적인 수익 추구다. 1년에 똑같이 12%의 수익률을 거뒀어도 한 달에 1%씩 꾸준히 오른 펀드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롱숏펀드마다 위험자산 편입 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내년에는 증시가 박스권을 뚫고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롱숏펀드의 매력이 반감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수익보다는 위험관리가 기본인 롱숏펀드의 특성상 증시 상승장에서는 매수 전략을 주로 펴는 일반 주식형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떨어지는 편이다. 또 전략상 어려움 등으로 인해 시장 성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롱숏펀드가 매력적인 상품이기는 하지만 롱숏이 쉬운 전략이 아니고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 주가 상승기에 롱숏펀드는 주식 보유보다 상대적인 성과가 좋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성향에 맞는 투자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