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대구점 진입로 확장을 위해 철거된 약령시 홍살문 대체 상징물 설치(본지 2012년 9월 21일 자 6면 보도)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대구시와 현대백화점은 철거된 홍살문 대신 LED등으로 장식된 대형 상징물을 올해 안으로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인근 건물주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홍살문은 붉은 칠을 한 나무문으로 대구시가 2004년 약령시 진입로 상징을 위해 개당 2천만원을 들여 약령시 동서남북 방향에 설치한 문이다. 이 중 현대백화점 대구점 개점과 함께 철거된 문은 남쪽 홍살문이다.
남쪽 홍살문 철거는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지난 2011년 4월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8월 개점을 앞두고 진입로 확장을 위한 홍살문 철거를 대구시에 요청했다. 당시 백화점 측은 8m 도로를 13m로 확장한 뒤 그 폭에 맞는 홍살문을 세우겠다고 제안했지만, 대구시는 홍살문의 원형과 의미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이후 대구시는 철거에 대한 대안도 만들어놓지 않은 채 일단 홍살문부터 철거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 대구점 개점을 한 달 앞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결정된 것은 남쪽 홍살문 위치에 대체 상징물을 설치하자는 것이 전부였다.
홍살문 철거는 빠르게 이뤄진 데 반해 홍살문 대체 상징물 설치는 좀처럼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상징물을 둘러싸고 대구시와 약령시보존위원회, 백화점, 주변 상인 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홍살문 철거 후 4천400만원을 들여 홍살문 대체 상징물에 대한 설계 용역을 했다. 새로운 안은 약첩 모양의 LED 조명등 400여 개를 단 높이 7m, 길이 34.5m의 약령시 상징물을 남쪽 홍살문 위치에 설치하겠다는 것. 이에 따라 대구시는 시비 3억원, 현대백화점 보조금 등 모두 4억여원을 들여 늦어도 올해 안에는 상징물을 설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인근 건물주들이 조망권 침해, 영업방해를 이유로 반대하면서 상징문 설치는 결국 중단됐다. 홍살문 활용 방안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셈.
하지만 대구시와 현대백화점 대구점 어느 쪽도 상징물 설치를 위한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상징물 설치를 위해 1억5천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외 설치와 관련한 문제는 대구시가 나서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대구시는 "지난 2003년 약령시 동문을 건립할 때 상징물과 같은 이유로 주변 상인들이 반대해 공사가 중단된 적이 있다. 이번에도 어렵다고 판단해 현재 약령시보존위원회에 새로운 대안 도출을 제안한 상태다"고 말했다.
약령시보존위원회는 최근 LED 조명 상징물을 대신할 조형물에 대한 설계 용역을 의뢰하기로 결정했다. 약령시보존위원회 관계자는 "해체하기는 쉬워도 새로 만드는 것은 어려운 데 당시 철거 결정을 성급하게 한 면이 있다. 상징문은 세우지 못하게 됐지만 약령시 전통을 나타내는 다른 조형물을 설치하는 방향으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신선화 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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