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민란'은 민주주의의 부정이요 압살이다

지난 15일 노무현재단 송년회에서 북한의 장성택 숙청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 동종(同種)이라고 했던 유시민 씨의 발언은 친노들의 황폐한 정신세계의 필연적 귀결이다. 그것이 아니면 현실을 있는 대로 보지 않으려는 가엾은 몸부림이거나.

참으로 측은한 것은 자신의 발언에 대한 유 씨의 자기변호이다. 그는 한 언론사와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의 발언을 "지식인으로서 걱정이 돼서 말한 것"이라고 했다. 유 씨의 지식인은 어떤 지식인인지 몰라도 이런 궤변을 늘어놓는 유 씨가 지식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책 몇 권 더 읽고 공부 좀 더 했다고 지식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보지 못하면 지식은 사고의 부패를 가속화할 뿐이다. 스스로 지식인라고 하는 유 씨의 그 오만이 놀랍다.

이런 오만은 문성근 씨의 '민란' 발언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같은 날 "선거로 이기되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시민 참여형밖에 없다. 그런데 정당권에서 안 받는다면 민란으로 뚫어야 한다"고 했다. 자신이 원하는 선거 결과가 아니라면 떼로 들고 일어나 판을 뒤엎어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부정이요, 압살이다.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설 자리가 없다. 문 씨의 발언은 친노들은 입만 열면 민주주의를 내세우지만 그들의 민주주의란 결국 자신들이 권력을 잡았을 때에만 가치가 있는, 자신들만을 위한 민주주의임을 말해준다. '민란'은 이런 반민주적 사고방식의 논리적 필연이다. 문 씨의 발언은 역설적으로 이런 사고방식이 친노들의 공동 자산임을 국민이 확실히 알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유익했다. 이날 모인 친노들 중 아무도 문 씨의 발언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최소한 불편해하는 기색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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