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보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는 배경에는 경쟁으로 인한 피로감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취업난과 과도한 경쟁에 내몰린 대학생들이 서로 안부를 묻는 형태로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대자보 내용에는 '다른 사람의 고통을 외면하고 혼자 안녕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는 각자 경쟁에 몰두하고 사회문제에 무관심했던 것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이자 공감을 바라는 호소의 성격이 짙다.
인터넷이 아니라 대자보를 통해 관심이 폭발한 배경엔 기존 언론에 대한 불신도 작용했다는 지적이 있다. 또 욕설과 막말로 인해 인터넷 커뮤니티의 신뢰도가 낮아지고, 의견이 비슷한 사람끼리 뭉치는 온라인의 폐쇄성이 한계로 드러났다는 점도 있다. 이에 SNS 등 불특정 다수와 짧은 소통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인터넷의 한계를 대자보라는 오프라인 방식의 소통으로 보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철도파업 등 최근 벌어지는 사회문제에 대해 정부가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답답한 상황과 취업난 등 청년 개인들의 어려움이 보태져 대자보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며 "개인 안부를 묻는 형태를 통해 공적문제를 사적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새로운 형식의 대화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대자보는 군중 참여를 유도하는 수단으로 등장했다. 그 시작은 19세기 프랑스로, 당시 왕당파에 반대하는 파리 시민들이 자기주장을 전하기 위해 대자보를 썼다. 이들은 신문 등 대중매체를 거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선 1980년대 대학가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널리 사용됐다. 대자보는 당시 언론에서 왜곡하거나 제대로 보도하지 않던 사건이나 집권층의 비리를 고발했다. 대자보는 1990년대 이후 정치적 문제보다 학내 문제를 비판하는 데 쓰였고, 2000년대 들어 온라인 커뮤니티가 발달하면서 점점 사라져갔다.
최근엔 몇몇 학생들이 개인적인 의견을 드러내는 데 활용하면서 주목을 받았고, 이달 10일엔 고려대 경영학과 주현우(27) 씨가 경제 민주화, 국정원 선거 개입 논란 등 사회 문제를 대자보를 통해 거론하면서 전국으로 대자보 바람이 일어나고 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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