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관계자들은 포항테크노파크 2단지 일반산업단지(이하 포항TP 2단지) 얘기만 나오면 한숨을 쉰다. 감사원의 관련자 징계 요구에다 정치권, 시민단체에서 포항TP 2단지 무산에 대한 책임론과 지금까지 들어간 자금에 대한 회수 방안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조성사업에 쓴 상당 부분의 자금은 은행에서 금융 수수료 명목 등으로 떼간 것이어서 회수하기 어렵다. 결국 조성사업에서 허비한 자금은 세금에서 충당해야 할 상황이 됐다. 이에 시민단체 등이 나서 사회통념에 반하는 불공정 약정을 통해 시민 세금을 가져갔다며 신한은행을 성토하고 있다. 복합신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대구 이시아폴리스를 꿈꿨던 포항TP 2단지. 사업 계획에서부터 몰락까지의 과정을 살펴봤다.
◆복합신도시를 꿈꿨으나…
포항시는 2005년 11월 포스코건설과 남구 연일읍 학전리 일대에 포항TP 2단지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사업은 6년이 지난 2011년 4월 포항테크노밸리PFV㈜가 설립되면서 조성사업이 본격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포항시와 포스코건설, 신한은행 등 각 관련사 대표들은 단지 조성사업에 소요되는 자금에 대해 금융조건 협상을 마무리하고, 편입토지 보상 설명회와 감정평가를 통해 토지 보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2012년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잡았고 사업 참여 건설사들에 대한 지급보증 역시 포항시와 포스코건설이 맡아 사업을 일사천리 진행시켰다. 이때까지만 해도 포항TP 2단지는 교육'의료'문화 등이 갖춰진 첨단과학 생태산업단지로 자리매김할 기대주였다. 외국인 주거단지와 외국인 학교 및 병원을 품는 한국형 실리콘밸리가 될 것이라는 비전도 갖고 있었다.
◆관련 법규도 모른 채 강행
포항TP 2단지 조성사업은 2011년 10월 실시설계 협의 과정에서 대두된 단지 인근의 상수원보호구역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좌초하기 시작했다. 강력한 실행 의지를 갖춘 사업자도, 4천억원이 넘는 자금도 모두 마련한 상황에서 상수원보호구역이 발목을 잡아버린 셈이다. 현행 수도법에는 상수원보호구역 유효거리 10㎞ 이내에는 산업단지 입지를 둘 수 없도록 돼 있는데, 포항TP 2단지의 경우 3.5㎞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법규정에 맞지 않다. 앞서 대구환경청은 2008년 12월 지구지정 전 사전환경성평가와 환경영향평가서(초안) 협의 시 상수원보호구역 이설을 조건으로 승인을 내줬다. 이 조건을 해결해야만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통과시켜 주겠다는 의미다.
당시 포항시는 상수원보호구역 이설을 위해 경주시와 협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급기야 기존 상수원보호구역에서의 물을 공업용수로 돌린 뒤 부족한 생활용수를 형산강 제2취수원을 통해 받는다는 대안까지 냈지만 대구환경청의 긍정 답변을 받아내는 데는 실패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는 2008년 산업단지 지정 당시 입지 제한 지역임을 알았으나, 2001년부터 산업단지 조성을 목적으로 개발행위 제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지역민의 사유재산권을 제한해 왔으며, 기업유치와 인구유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상수원보호구역을 상류로 이설, 입지 제한 문제를 해결하는 조건으로 일반산업단지로 지정하고 사업을 추진해 왔다는 입장이다.
산업단지 지정을 위한 관계기관 협의 시 대구환경청장이 사전환경성검토 협의의견으로 '상수원보호구역 이설을 위해 그동안 추진한 행정절차 근거 자료를 환경영향평가 시 첨부하고 산업단지에서 최초 오폐수가 발생하기 이전에 포항제2 상수원보호구역 이설을 완료해야 함'이라고 의견을 제시했으므로 포항테크노밸리PFV㈜는 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최초 오폐수가 발생하기 이전까지 상수원보호구역 이설을 완료하면 되는 것으로 믿고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는 것.
포항시는 환경부로부터 승인받은 포항시수도정비기본계획 변경계획을 환경영향평가서 협의 요청 시 제출했으나 대구환경청은 포항시수도정비기본계획 변경계획에 포항제2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해 사업 추진이 어렵게 됐다.
상수원보호구역 해지 문제로 시간을 끄는 사이, 사업 추진을 위해 모아둔 자본금(300억원)의 절반이 은행이자와 인건비 등으로 날아가 버렸고, 사업예정지 주민들의 재산권도 묶여 버렸다. 2005년부터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여 8년간 재산권 행사를 못 한 단지 내 땅 소유주 560명은 사업 무산에 따른 재산권 침해 등에 대해 항의하는 등 향후 사업이 무산되면 보상을 요구할 전망이어서 마찰이 예상된다.
◆돈은 다 어디로 갔나?
포항 TP2단지는 첫 삽도 떠보기 전에 156억원이 넘는 돈을 날려버렸다. 초기 사업 추진을 위해 출자금을 낸 포스코건설(80억원)과 포항시(60억원)는 피해를 입게 됐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일으킨 신한은행은 80억원의 이득을 챙기게 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포항테크노밸리PFV㈜ 법인 설립 비용, 금융자문 수수료, 용역비, 미인출 수수료(연간 0.2%) 등으로 2011년 4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156억원이 지출됐다. 단지 근처 상수원보호구역이 해지되지 않아 실시계획이 승인되지 않을 경우 법인이 지출한 이 돈은 그대로 은행에 들어가게 된다. 결국 은행만 배 불리는 꼴이 된 셈이다.
포항테크노밸리PFV㈜의 사업비 지출 명세서를 살펴보면, 금융자문 수수료 35억원, 대출취급 수수료 13억6천만원, 대출이자 5억원, 조기상환 수수료 2억원 등 모두 87억원을 은행에 내줬다. 또 조사설계비 38억원을 비롯해 용역비 지출 관련 금액도 44억원에 달했다. 여기다 법인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급여와 사무실 운영비 등으로 24억원을 썼다. 1년여 동안 자본금의 상당 부분을 날린 셈인데, 이에 대한 부담이 전부 세금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포항시의 책임이 크다.
◆포항시 입장은?
포항시는 지난 9월 대구환경청을 상대로 대구지방법원에 환경영향평가 협의 요청에 대한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내 향후 소송 결과에 따라 사업 추진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승소할 경우 상수원보호구역 변경을 위해 형산강 취수시설 개선사업으로 제2수원지에서 공단정수장까지 관로공사를 통해 용수 체계를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마저 여의치 않을 경우 유치업종을 첨단산업 및 연구시설 등 비공장산업으로 대폭 변경해 사업을 재추진한다는 복안으로 어떤 식으로든 사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단지 개발에 따른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민자사업자가 응해 줄지가 관건이다. 경기불황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사업성이 떨어져 단지 개발이 완료되더라도 산업용지가 대거 미분양되면 이에 대한 책임은 포항시가 지게 돼 있어 업종을 변경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분양이 되지 않을 경우 2천500억원대의 미분양용지를 포항시가 떠안아야 해 시 재정에 막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포항테크노밸리PFV㈜는 환경영향평가서의 반려로 당초 계획 일정으로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보고 법인 운영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채용 직원 6명 전원을 해고하고 포항시와 ㈜포스코건설 파견직원으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또 이미 지급한 금융 수수료가 과다하다는 여론에 따라 포항시가 앞장서서 수수료의 일부 반환을 위해 신한은행을 상대로 협의 중이며, 신한은행에서도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시 관계자는 "포항시는 사전환경성검토 협의 의견에 따라 입지 문제 해결을 위한 수도정비기본계획 변경 등 산업단지에서 최초 오'폐수가 발생하기 이전에 상수원보호구역 변경을 위한 일련의 행정행위를 이행했는데도 대구환경청의 협의 반려는 부당하다"며 "소승에서 승소해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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