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피 한방울, 의료혁명의 씨앗] <7>나노기술

영화 속 CSI 혈액분석, 포스텍이 한다

포스텍 연구원이 나노기술집적센터 내 3차원 가공 핵심장비인 다기능접속이온빔분석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포스텍 연구원이 나노기술집적센터 내 3차원 가공 핵심장비인 다기능접속이온빔분석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포스텍 나노기술집적센터 전경
포스텍 나노기술집적센터 전경
나노기술집적센터 연구원들이 첨단장비를 이용해 나노단위 시험
나노기술집적센터 연구원들이 첨단장비를 이용해 나노단위 시험'분석을 벌이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포스텍 나노기술집적센터 한 연구원이 3차원 원자현미경으로 본 입자를 살펴보고 있다.
포스텍 나노기술집적센터 한 연구원이 3차원 원자현미경으로 본 입자를 살펴보고 있다.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는 핏속 단백질의 질병과 관련된 바이오마커(생체표지)를 집어내는 압타머(분자족집게)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질병과 관련되는 단백질인 바이오마커를 알아내는 기술, 즉 압타머로 바이오마커를 잡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기술은 바로 나노기술이다. 이 같은 기술력은 바로 포스텍 나노기술집적센터에서 나온다.

◆단백질 집어내는 나노바이오센서

1㎚(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m(10의 -9)로, 원자 3, 4개를 붙여놓은 정도여서 육안으로 전혀 볼 수 없는 크기이다. DNA가 1㎛(10의 -7)이기 때문에 DNA보다도 훨씬 작은 크기이다. 이 극미세 가공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DNA 구조를 이용해 동식물을 복제하거나 강철섬유 등 새 물질을 제조하고, 새로운 물리'화학'생물학적 특성을 나타내는 소재나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바로 나노기술이다.

나노기술은 의료 분야와 관련해 나노투약, 인공기관, 질병 감시 등 다양하고 정밀한 분석과 진단, 치료에 필수적인 기술이다. 핏속의 단백질을 분석할 때 나노기술을 적용하면 정밀도, 반응속도, 분석속도 등을 훨씬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전영권 포스텍 나노기술집적센터(연구교수) 부센터장은 "적은 양의 피를 나노 크기로 분석하면 민감도를 높일 수 있고, 분석도 훨씬 빨리 할 수 있다"며 "압타머를 활용해 핏속의 바이오마커를 찾을 때 나노기술을 활용하면 샘플 양은 줄이고, 민감도와 반응속도는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핏속의 분자족집게를 나노바이오센서(나노선: nano wire)에 올려놓고 그곳에 전기적 신호를 보내면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이 이 족집게에 달라붙게 되고, 단백질의 종류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를 통해 각 단백질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다중진단의 과정이며, 이 과정에서 나노바이오센서는 필수적인 장치인 셈이다.

◆의료'반도체 분야 이끄는 나노기술

나노분자 진단기기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8조7천억원, 국내에서는 500억원 규모로 매년 1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첨단 나노분자 진단기기로는 2009년 창업한 서울 벤처기업인 나노바이오시스가 독자 개발한 '울트라 페스트 랩칩 리얼타임 PCR(중합효소연쇄반응) 시스템'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이 업체가 개발한 리얼타임 PCR은 의료'방역'범죄수사 등 분야에 필수적인 휴대용 나노분자 진단기기이다. 신종플루, 결핵, 독감, 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등 전염병 감염 여부를 빠르고 정확하게 판독할 수 있고, 가축전염병과 식품 오염 여부도 빠르게 판독할 수 있다. 특히 신종플루의 경우 일반 진단기기가 판독하는데 1시간가량 걸리는 데 반해 이 기기로는 15분 만에 가능하다는 것. 노트북을 이 기기와 유선으로 연결한 뒤 플라스틱 재질의 '유전자 분석기판'(랩칩)을 리얼타임 PCR 삽입구에 넣으면 노트북 화면에 분석내용을 그래프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CSI처럼 국내외 과학수사반원들이 범죄 혐의자의 유전자를 분석할 때 쓰는 기기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나노기술은 반도체 분야에도 획기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포스텍 염한웅 교수는 나노선(nano wire) 분야를 세계 최초로 개척했는데, 이 분야는 국내 반도체 성능 향상과 반도체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노선은 원자 하나를 한 줄로 배열해 만든 가장 가느다란 선을 말한다. 염 교수는 1999년부터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 기판 위에 원자를 한 줄로 배열해 두께 1㎚로 만든 나노선 분야 연구에 주력해왔다. 반도체산업의 성과는 전자회로의 선폭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려 있는데, 선폭이 얇은 나노선은 반도체 성능 향상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염 교수는 이 분야 연구 성과로 최근 기초과학연구원 단장으로 선출돼 향후 10년 동안 연간 70억원대의 연구비를 지원받게 됐다.

◆나노기술 산업화의 선두, 나노기술집적센터

포스텍을 주관기관으로 한 산'학'연'관 컨소시엄은 2004년부터 2009년까지 국비 등 총 1천100여억원을 들여 포스텍 2만1천㎡ 부지에 나노 소재'재료 분야 연구개발, 사업화 지원 인프라 구축'운영을 위해 나노기술집적센터를 구축했다.

반도체,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디스플레이, 특성평가 등 관련 장비 157대를 구비해 나노 단위 3차원 입체분석 기술, 차세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분야 기술 개발과 지원을 하고 있다.

물질을 나노 크기로 잘라내는 에칭기계, 원자 밀집도를 분석하는 3차원 원자현미경, 샘플의 표면을 살펴볼 수 있는 전자현미경 등 첨단장비를 갖추고 있다. 이 가운데 해당 물질을 나노 시편(실험용 조각)으로 자르고, 깎고, 빛을 쏘아 보는 3차원 가공설비인 '다기능접속이온빔 분석기'는 이 센터의 핵심장비이다.

나노기술집적센터는 나노기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사업을 왕성하게 펼치고 있고, 국내 23개 산'학'연 기관은 물론 미국'일본'프랑스'중국 등 20개 선진 나노기술기관과 협약을 체결하는 등 국내외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센터 부설로는 국제원자'전자현미경센터, 국제특허분쟁해결지원센터, LED산업지원센터, 나노에너지시스템연구센터, SolarCell산업지원센터, SPM표준화연구센터 등을 두고 있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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