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중견기업이 나아가야 할 길

최근 중견기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중견기업 관련법은 대'중소기업으로 이분화된 각종 법안들에 중견기업이 포함되는 방향으로 제'개정이 잇따를 전망이다. 여야 모두 중견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 연내 법제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나누는 이분법적인 경제정책으로는 위기 극복이 쉽지 않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중견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진 가운데 프랑스는 2008년 경제현대화법을 제정하여 중견기업(mid-sized enterprises)의 범위를 설정하고 맞춤형 지원책을 마련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중견기업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탄탄한 중견기업을 보유한 독일경제의 지속성장 ▷모듈(Module) 생산방식의 확산 ▷중견기업의 고용창출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독일경제의 지속성장에는 히든 챔피언들의 역할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들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기업의 진입이 어려운 전문분야(niche markets)에서 시장을 확보하고 B2B 부문에 집중한다. 대기업들이 진출하는 가격과 물량 중심의 시장에 진출하지 않고 전문분야에 특화된 정교한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기술중심의 니치마켓에 집중하고 있다.

다음, 모듈(Module) 생산방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에 들어가는 2만여 개의 작은 부품을 대형 부품회사가 몇 개 덩어리로 묶어 모듈화하여 큰 부품으로 공급하면 생산라인에서 모듈들만 조립해 완성차를 만드는 생산방식이다. 이 경우 조립공정의 몇 개 모듈은 규모가 큰 중견기업이 주로 맡게 된다.

끝으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중견기업이 일자리 창출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미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고용은 각각 9%, 1.2%가 줄어든 반면, 중견기업의 고용은 3.5%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중견기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을 주목하게 된 것이다.

국내 중견기업은 2003년 이래 연평균 6% 늘어나 2011년 기준 1천442개로 성장했다. 그러나 절대적 숫자는 대기업 계열사인 1천512개보다 적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중견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희망의 사다리'를 만들기 위해 다음에 대해 논의가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전문기술 분야를 특화해야 한다. 독일 중견기업들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기업의 진입이 어려운 전문분야(niche markets) 시장에 집중한다. 독일 중견기업의 대명사인 히든 챔피언은 1990년대 중반 약 500개에서 2012년 1천307개로 증가하였으며 이 중 중견기업이 90%를 차지한다. 또한 80% 이상의 기업이 부품, 중간재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2011년 평균 매출성장률이 8.4%로 독일 전체기업(2.7%)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둘째, 중견기업의 글로벌화가 필요하다. 그동안 양적 성장위주의 무역에서 이제는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1년 기준 중견기업 중 수출기업은 680개로 전체기업의 절반에 불과하고 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은 17.7%에 그치고 있다. 중견기업의 수출 비중은 전체 수출의 10.9%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Post-1조달러 시대를 견인해야 한다.

셋째, 중견기업은 동반성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대기업과 대부분 중견기업인 1차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은 지금까지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으나, 1차 협력사와 2, 3차 협력사들 사이의 동반성장은 미흡하다는 평가다. 동반성장문화가 2, 3차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중견기업이 허리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2, 3차 협력사와 가격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기보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중장기적인 협력관계의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독일정부보고서에는 중소'중견기업들은 대기업들이 경쟁하는 시장에 진출하지 말고(don't dance where the elephants play), 전문분야를 특화하여 기술중심의 틈새시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영우/동반성장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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