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서발 KTX 논란…민영화 수순 vs 경쟁력 강화

철도노조 영주지방본부 조합원들이 영주역 광장에서 민영화반대 집회를 갖고 있다.
철도노조 영주지방본부 조합원들이 영주역 광장에서 민영화반대 집회를 갖고 있다.
윤형수 철도노조 영부지방본부 부본부장. 마경대기자
윤형수 철도노조 영부지방본부 부본부장. 마경대기자

◇흑자노선 민간에 매각하는 꼴…철도 노조측 입장

총 파업 10일째를 맞는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전국 철도 노동자들이 코레일의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철도 민영화와 철도노조 고발 등을 중단하고 사회적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16일부터 학계 선언, 거리 서명 운동, 상경 집회, 촛불 파업 등 대대적인 대정부 투쟁에 나서고 있다.

철도노조 영주지역본부는 17일 오후 1시 영주역 광장에서 조합원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총파업 결의대회를 갖고 "대통령이 스스로 국민들 앞에 공약한 철도민영화 중단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수서발 KTX 민영화는?

철도노조는 코레일이 자회사 형태로 '수서발 KTX' 운영사를 설립한다는 정부안은 민영화로 가기 위한 절차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수서발 KTX가 민영화될 경우 흑자 노선이 떨어져 나가면서 적자노선에 지원하는 교차보조가 사라지게 돼 결국 코레일은 더 큰 영업적자에 허덕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영업수익이 적은 지방 노선은 운행이 어려워져 민간에 매각하거나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하는 방법으로 운영하게 된다고 철도노조는 보고 있다. 적자노선은 민간이나 재벌이 맡을 일이 없고 결국 지자체로 운영권이 넘어가게 돼 지방경제만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만성적자가 쌓이면 폐선 위기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것이 철도노조가 민영화를 반대하는 이유다.

철도노조는 민영화가 될 경우 영업이익을 추구하는 기업 논리로 볼 때 직원 감축과 적자노선 폐지, 운영횟수 축소, 요금 폭등, 안전 소흘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적자 노선인 영주역도 철도 운영 횟수가 줄고 있기 때문에 굴곡이 심한 철도는 직선화해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철도 민영화를 통해 모든 게 수도권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여론이 높다.

당초 지난 정부는 수서발 KTX 운영을 민간 회사에 맡겨 코레일과 경쟁하도록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 당시 박근혜 대선 후보도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이 방안은 추진하지 못했다.

철도노조 측은 "철도라는 공공성을 부정한 채 수익성만을 따져 수서발 KTX 노선을 민영화하겠다는 것은 결국 철도공사의 부실을 초래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떠넘길 것"이라며 "국민합의 없이 밀실에서 추진된 민영화를 반대하는 것은'당연한 선택'이며, 그 책임은 대화를 거부하고 밀실에서 민영화를 추진한 정부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철도파업은?

철도노조는 파업에 대해 '당연한 선택'이라고 평가하고 그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8천여 명에 달하는 조합원을 열차운행과 안전업무에 배치하고 공익적 사명을 다하고자 했지만,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조합원 7천929명(12월 16일)을 직위해제했다"며 "현재 노조간부 194명이 고소'고발당하고 지도부 10명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조합과 서울지방본부 등은 경찰의 압수수색 (12월 17일)을 받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번 파업으로 철도노조 영주지방본부의 경우도 전체조합원 3천43명 중 필수인원 859명을 제외한 2천106명 중 1천320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1천208명(12월 17일 11시 상황)이 직위해제를 당한 상태다.

노조 측은 "정부는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법파업이라며 파업 참가 노동자 전원을 직위해제하고, 194명에 대해 고발 조치하는 등 강도 높은 탄압으로 맞서고 있다"며 "국민과의 약속은 안중에도 없고 정부정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철도 공공성을 지키려는 노동자들을 불법으로 매도하고 있는 철도공사와 정부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부의 강압적인 민영화 추진과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은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철도공사와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이 아니라 철도 민영화를 포기하는 것"이라면서 "정부 대응은 유신시대에나 있을 법한 국가권력에 의한 폭력"이라고 규정했다.

단순히 정부정책을 반대한다는 이유가 업무방해죄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노조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국민 대다수는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이 민영화를 위한 수순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철도민영화를 반대한 철도노동자를 직위해제하고 체포 연행한다면 대다수 국민의 분노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철도노조는 수서발 KTX 분할, 철도민영화 반대, 철도 해외개방 반대를 위해 정당'종교계'시민사회단체'청년학생'학계'법조계 등 1천200여 개 각계각층 단체'인사가 참여한 원탁회의를 마련할 것과 국회 내 특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윤형수(50) 철도노조 영주지방본부 부본부장은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철도노동자들을 탄압하고 민영화를 강행처리한다면 19일 대규모 시국대회를 개최하고 전국 1만 곳 1만인이 참여하는 1인 시위와 각계각층의 기자회견, 2차 상경에 나설 것"이라며 "불통정부, 폭력정부에 대한 전 국민적 항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철도노조의 요구사항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 철회 및 면허발급 중단 ▷철도노조 직위해제와 고소'고발 철회 ▷김동연 국무조정실장 해임'처벌, 국토교통부장관 문책'해임 ▷철도산업 발전방안 마련 위한 사회적 대화와 국회 특위 구성

◇수서발 KTX는 코레일 자회사…정부·코레일 입장

코레일은 초유의 노조 파업 장기화 사태에 대해 강경한 입장에서 선회하지 않고 있다. 1'2차 노사 협상에서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던 코레일은 노조 측에 '선(先)입장변화-후(後)대화재개'란 자세를 고수하며 거리를 좁히지 않았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변화하겠다"고 선포하면서 파업자 전원의 직위 해제란 초강수를 내놓았다. 17일에는 파업 노조원을 대신할 인력의 아웃소싱을 검토하는 등 노사 양측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코레일 파업 불인정, 강경 노선 고수

코레일 측은 18일 노조 파업 중에는 단 한마디의 대화도 없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파업이 지속되는 상황을 해소하고 노조 측이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실무교섭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 코레일 관계자는 "코레일과 노조가 서로 주장하는 내용이 임금협상 등 수치화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닌 만큼 실무교섭을 지속적으로 열어봐야 시간만 낭비할 뿐"이라며 "재협상을 위해서는 노조도 입장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17일에는 강경 입장에서 한 발 더 나갔다. 열차 승무원과 차량 정비 부문에 대해 전면 위탁생산(아웃소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아웃소싱이 현실화된다면 대규모 인원 감축이 불가피해지고 그만큼 향후 노조의 힘이 줄어들게 된다. 이와 함께 현 파업 주동자가 구조조정 대상 1순위에 들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에 아웃소싱 결정은 노조에 보내는 일종의 최후통첩과도 같아 보인다.

이와 관련 코레일 측은 "파업이 한 달 이상 길어져 내년까지 이어지면 막대한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되고 이 같은 문제에 근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열차 승무원 부문과 차량 정비 부문에 대한 아웃소싱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미 코레일관광개발의 경우 자회사 소속 직원들이기 때문에 코레일 입장에서는 이것도 아웃소싱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서발 KTX는 민영화 수순 아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수서발 KTX 운영 자회사 설립 논란과 관련해서도 입장 변화는 찾아볼 수 없다. 최 사장은 17일 SNS를 통해 "수서발 KTX법인은 '혁신을 시작하는 코레일의 자회사'이다. 이번 기회에 국민을 위한 철도로 거듭나겠다"며 "변화와 혁신 없이 코레일이 건강한 코레일로 거듭날 수 있는가. 꼬리표처럼 붙어 있는 만성적자와 불법파업을 떼어버리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코레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레일의 강경 기조는 정부와 사법 당국의 지원 사격으로 더욱 공고해지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가 코레일 입장을 두둔하고 나선 데 이어 검찰이 이번 파업 핵심 책임자의 강력한 처벌을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17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파업으로 인해 국민 안전이 위협받는 것은 물론 화물 운송이 지연돼 산업현장의 2차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철도노조는 파업을 즉각 중단하고 신속히 본업에 복귀하라"며 "정부는 법과 원칙에 의한 국가 경영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만큼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국토부는 별도의 공식 자료를 내고 수서발 KTX 분리 운영에 대한 코레일 측 입장을 대변했다. '철도 경쟁 도입은 부채를 스스로 갚기 위한 선택'이라는 제목의 자료는 "수서발 KTX가 분리돼 운영되면 민영화되어 요금이 높아진다고 하지만 그럴 경우 현재와 같이 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서울과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KTX를 이용하면 되는데 어떻게 요금이 올라갈 수 있겠느냐"며 "특히 수서발 KTX 운영회사는 철도공사가 41% 지분을 갖는 계열사로서 민간자본이 참여하지 않는 구조로 운영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진태 검찰총장이 17일 "이번 철도 파업은 명백한 불법 파업이며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그 피해가 심대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데 이어, 같은 날 경찰은 코레일과 대치하고 있는 전국철도노조의 본부를 압수수색하는 등 파업 참가 노조에 대한 사법 당국의 압박도 본격화되고 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정부·코레일 입장

▷노조의 선입장변화-후대화재개

▷열차 승무원'차량 정비 아웃소싱

▷파업 조합원 직위해제'사법처리

▷수서발 KTX는 코레일 자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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