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경험담을 가장한 '인신매매 주의보'가 퍼져 경찰이 진화 작업으로 진땀을 빼고 있다.
18일 SNS 상에는 '서문시장 핫팩(손난로)'이라는 제목의 글이 떠돌았다. 내용은 다소 섬뜩하다. 누군가가 서문시장 인근에서 한 단체가 나눠주는 핫팩을 받고 사용하던 도중 갑자기 쓰러졌다는 것. 알고 보니 핫팩 위에 환각제가 덮여 있었다며 인신매매의 하나일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글이었다.
같은 날 구미에서도 중국 장기밀매 조직 활동에 관한 소문이 퍼졌다. 소문의 진원지는 한 대기업 과장이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이었다. 글을 쓴 과장은 "회사 내 한 여사원이 최근 모르는 남성이 양보한 택시를 탔는데 택시에서 갑자기 하얀 연기가 올라왔고 몽롱해졌다. 이상하게 여긴 여사원이 택시에서 내려 다행히 아무 일 없었지만 자칫 장기밀매, 납치, 강간을 당할 수 있었다"며 직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하지만 경찰 확인 결과 두 이야기는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영동 구미경찰서 형사과장은 "글을 쓴 당사자를 찾아 물어보니 괴담을 듣고 장기매매를 주의하라는 취지에서 올린 글이었다. 해명 글을 다시 올릴 것이다"고 말했다.
서문시장 핫팩 글도 마찬가지. 18일 대구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같은 내용으로 들어온 신고는 한 건도 없었으며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도 목격자는 나오지 않았다. 김영오 서문시장 상가번영회 회장은 "전해 들은 사람만 있을 뿐 실제 본 사람은 없다. 괴담으로 시장 이미지가 떨어질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소문을 접한 경찰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거짓임을 알리는 등 응급처치에 나서고 있지만 괴담의 확산을 막기란 쉽지 않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손 쓸 새도 없이 번지기 때문이다. 이미 SNS에는 '무서운 세상이다', '아무도 믿을 수 없다', '역시 고담도시 대구' 등의 댓글이 수천 개 달렸으며, 서문시장 괴담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서문시장'을 검색하면 '핫팩'이 연관검색어로 뜰 정도로 유명해졌다.
소문의 진원지를 찾는다고 해도 마땅히 처벌할 근거도 없다. 전기통신기본법에 따르면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가 아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허위사실 유포는 처벌할 수 없다. 결국 경찰은 괴담이 돌 때마다 거짓임을 알리는 것 외에는 달리 대응 방안이 없는 셈이다.
최준영 대구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대부분의 괴담 유포자는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을 때 얻는 쾌감을 위해 헛소문을 낸다"며 "순간의 만족감을 얻기 위한 허위사실 유포가 전체 사회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으니 스스로 조심하려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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