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을 지식재산권 도시로 만들자] <2>무관심한 지역 현실

특허 출원건수, 광역자치단체 중 9위

대구는 기업체 수는 많지만 지식재산권에 대한 관심이 낮아 특허 등 산업재산권이 전국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디자인개발 자문회의. 대구상의 제공.
대구는 기업체 수는 많지만 지식재산권에 대한 관심이 낮아 특허 등 산업재산권이 전국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디자인개발 자문회의. 대구상의 제공.

지난 10월 24일부터 3일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지식재산권법협회(AIPLA) 연례 학술대회에 참가했던 한 교포 변호사는 행사장에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한국의 '지식재산권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물러난 테레사 레아 전 미국 특허청장과 삼성전자-애플의 미국 내 특허 소송을 심리하는 랜들 레이더 연방항소순회법원장이 2천명 가까운 세계 각국 참석자들 앞에서 한국을 '베스트 파트너'(best partner)라며 치켜세웠던 것. 하지만 우리 내부에서는 지재권 선진국이 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지식재산권의 질적 성장 필요

한국은 양적인 면에서는 '지재권 강국'이 맞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는 한국이 지난해 세계 출원 특허의 8.0%(전년 대비 증가율 5.6%), 디자인권의 5.4%(11.8%)를 차지했다고 최근 밝혔다. 또 특허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산업재산권 전체 출원은 지난해 39만6천여건으로 세계 4위다. 2011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및 R&D 투자 대비 내국인 특허 출원 건수가 세계 1위라는 통계도 있다. 한국은 미국'유럽'중국'일본과 함께 지재권 분야 G5로 'IP(Intellectual Property) 5 회의' 회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올해 특허청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국회의원들의 거센 질타가 이어졌다. 홍지만(대구 달서갑) 의원은 "산업재산권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기술무역수지가 2011년 약 6조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최하위권"이라고 꼬집었다. 심학봉 의원(구미갑)은 지식재산연구원 자료를 인용, "특허 1건당 생산액, 부가가치 창출액이 각각 700만 달러와 300만 달러로 꼴찌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추미애 의원(서울 광진을'민주당)은 "특허 소송에서 특허권자가 패배하는 무효율이 2006년 58.5%에서 지난해 64.5%로 높아져 일본의 두 배 수준"이라며 특허청과 특허법원의 관심을 촉구했다.

미국 특허청이 있는 워싱턴DC의 스티븐 래빈 특허변호사(patent attorney)는 "과거에는 미국 기업도 '위신'(prestige)만을 위해 특허를 내는 경우가 많아 14명이 발명자로 적힌 출원서도 본 적이 있다"며 "한국 기업의 특허 출원업무를 돕다 보면 특허명세서가 너무 부실하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대구경북도 지재권 창출 미흡

대구경북의 지식재산 성과 역시 경제규모에 비해 다소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의 특허 출원건수는 3천835건(전국의 2.6%)으로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9위에 머물렀다. 1, 2위에 오른 서울 4만4천439건(30.0%), 경기도 4만4천130건(29.8%)의 10분의 1일에도 못 미치는 초라한 성적이다. 다만 대구는 산업재산권의 하나인 디자인권에서는 2천960건(5.0%)으로 4위를 차지, 강세를 보였다. 경북은 특허 7천314건(4.9%)으로 4위에 올랐지만 디자인권은 1천227건(2.1%)으로 9위를 기록했다.

또 대구시와 경북도의 '지식재산 기본계획(2012~2016)'에 따르면 대구와 경북의 경제인구수당 특허 출원 건수(2011년 기준)는 각각 2.9건, 3.7건으로 전국 평균 5.3건을 밑돌았다. 기업체수당 특허 출원 건수는 전국 평균이 3.9건인 가운데 대구와 경북은 각각 1.9건, 2.8건으로 10위, 6위에 그쳤다. 아울러 전국 광역자치단체의 지식창출지수'연구생산성지수'기업생산성지수 등을 종합한 '지식재산 인프라지수'는 서울이 2.048로 1위인 가운데 대구는 0.401로 7위였다. 또 특허'디자인'상표출원 증가율, 기술이전지수, 사업화비율지수를 종합한 '지식재산 활동지수'는 전북이 1.102로 1위였으며 대구는 0.515로 9위였다.

대구상공회의소 대구지식재산센터 정연재 과장은 "대구의 기업체 수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지식재산권에 대한 기업인들의 관심이 낮은 편"이라며 "'특허는 비용'이 아니라 '특허는 투자'라는 인식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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