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법관평가제 평가 기준과 방법이 뭐였죠?"
대구지방변호사회(회장 석왕기)가 사상 처음 시행한 '법관평가제'에서 거의 만점에 가까운 평균 99.29점을 받아 최우수 법관에 선정된 대구지방법원 제12 민사단독 김수영(43) 판사가 기자에게 던진 첫 질문이다.
그는 "얼떨떨하다"며 말문을 연 뒤 "대구 법원에 훌륭한 부장판사, 판사들이 많으신데 제가 1등을 했다고 하니 '평가가 제대로 된 건가' 싶기도 하고, 동료 법관들 뵙기 민망하기도 하다"고 했다.
그래도 김수영 판사가 이번 평가를 통해 얻은 최대 수확물이 있다면 다름 아닌 '안도감'. 2009년부터 단독판사를 하면서 늘 '나 혼자 이상하게 재판하고 있는 건 아닐까', '엉뚱한 방향으로 잘못하고 있는데 나 혼자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잘했다는 평가를 받으니 우려했던 만큼 잘못된 방향으로, 나 혼자 이상하게 하고 있는 건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이 가장 먼저 들었다"며 "이런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좋은 점수를 주신 변호사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 평가 후 부담도 엄청 커졌다. '재판을 어떻게 하는지 보러 방청객으로 한 번 가봐야겠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하는 동료 법관들이 한두 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부담감 때문에 더 열심히 할 수 있어 부담이 크다고 해서 꼭 나쁜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지 않은 건 사실"이라며 "당분간 재판할 때 부담 때문에 조심스러울 것 같다"고 했다.
좋은 평가를 받은 비결에 대해선 '경청'과 '자연스러움' 등을 꼽았다. 그는 "특별한 건 없지만 굳이 찾자면 사건 당사자들이 얘기할 때 중간에 말을 끊지 않고, 되도록 얘기를 충분히 들어주려 노력하는 편"이라고 했다. 법정에서 언성을 높이는 소송 관계자에 대해선 처음부터 강하게 제재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하고 싶은 얘기를 하도록 기다려준다는 것.
또 사건 당사자들을 자연스럽게 대하는 것도 좋은 점수를 받은 이유로 추측했다. 법정에서도 웃을 일이 있으면 웃고, 자세도 자유롭게 하고, 편하게 대하는 등 너무 딱딱하게 대하거나 근엄한 모습을 가지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 김 판사는 "안 그래도 법정에서 다 긴장하고 있는데 판사까지 딱딱하게 대하면 안 좋을 것 같아 편하게 말하고 행동한다"고 했다.
특히 '뛰어나지 않음'이 좋은 평가를 받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라고 분석하며 겸손해했다. 다른 법관보다 더 똑똑하지도 않고, 법 지식이 많지도 않으며 스펙이 좋은 것도 아니고 뛰어나지도 못하지만 그래서 더 보통 사람들처럼 생각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어쩌다 점수가 잘 나와 좋은 평가를 받긴 했지만 저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고, 평범한 상식으로 살아가고 있다"며 "법이라는 건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 판단하는 것인 만큼 그 상식 안에서 더 많이 생각하고, 최대한 많은 시간을 들여 판결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사건을 처음 접하더라도 되도록 편견이나 선입견, 방향, 결론 등을 미리 생각하지 않고 이런저런 얘기 듣고, 최대한 자료 수집하고, 증거 다 검토한 뒤 가장 마지막에 판단하고 결론을 내리려고 노력한다는 것.
그는 "신속한 재판을 하는 편이 아니어서 대법원 시책에 맞게 재판하는 판사는 아닌 것 같다"며 "그래도 앞으로도 계속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생각해서 판결을 내리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약력
·서울 정신여고 졸업
·이화여대 졸업
·제43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33기 수료
·대구지법 민사항소부, 형사항소부, 민사합의부, 형사합의부, 형사단독, 대구지법 김천지원 근무
·현 제12민사단독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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