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물의 세계] 홍역과 격리

어린 반려견은 전염병에 취약하다. 입양 후 2주일 동안이 중요하다. 모유를 통해 전달되는 모체이행항체가 중단되고 다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스트레스로 인해 면역기능이 약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2주간을 잘 지내면 그 이후에는 사고나 큰 변화가 없는 한 대부분 잘 자란다. 예방접종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로 공원이나 산책을 나갔다가 전염병에 감염되는 경우도 있다.

어린 반려견이 홍역과 파보바이러스 장염에 걸리면 사망할 확률이 높다. 그다음으로 소모성 질환 전염병인 코로나장염, 켄넬코프, 신종플루 등을 들 수 있다. 그중에서 전염성이 가장 높은 것은 신종플루인 독감바이러스이다. 신종플루 진단이 나온 개가 있는 병원의 경우 면역이 안 된 동물이나 소독을 철저히 하지 않으면 전체가 감염될 수 있다.

홍역은 호흡기질환으로 초기에는 증상이 감기와 거의 유사하다. 주 증상은 콧물과 심한 기침을 하고, 눈곱이 끼고, 피부에 화농포가 생기며, 발바닥이 두꺼워지는 경척증이 나타난다. 드물지만 설사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말기에는 신경증상으로 머리의 전두동이 들먹거리거나 껌을 씹는 것과 같은 추잉증상과 딸꾹질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무도병으로 뒷다리가 흐느적거리면서 걷는 증상을 보인다. 신경증상은 홍역이 다 나아도 후유증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홍역이나 바이러스성 질환은 예방접종이 중요하다.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진단되면 다른 반려견들과 격리시켜야 한다. 단순히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공간에서 생활하게 해야 한다. 보호자도 따로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감염된 반려견을 만지거나 접촉이 있었다면, 반드시 격리실 밖으로 나올 때는 손을 씻고 신발과 옷 또한 갈아입어야 한다.

며칠 전 여러 동물을 키우는 보호자가 개 한 마리를 데리고 내원했다. 병원에서 검사하니 홍역과 신종플루에 감염됐다. 다른 개와 격리시켜야 한다고 했다. 보호자에게 감염된 개와 감염되지 않은 개를 분리해 생활하게 했다. 3일 후 모든 개가 몸에서 열이 나고 기침을 해 내원했다. 홍역에 감염된 개는 이미 어깨가 들썩거리는 신경증상을 보이는 등 말기 증상이 나타났으며 다른 동거견 또한 모두 신종플루에 감염되었다.

보호자는 진단 결과에 의아해했다. 필자는 돌보는 사람이 손을 깨끗이 씻지 않거나 옷을 갈아입지 않으면 직접 접촉이 없어도 전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동학 (대구시수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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