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도 저물어 불과 며칠만을 남기고 있다. 이맘때쯤이면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새해를 맞이하는 기대감으로 마음이 분주해진다. 추위도 본격화되어 난방 수요가 많아지는 시기이기도 하여, 건물 에너지와 관련한 주제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1960년대 후반 산업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에너지 사용이 크게 증가하여 화석에너지 소비 시대가 열렸었고 그때만 하더라도 에너지는 얼마든지 사용해도 되는 대상으로 인식되어 왔었다. 그러나 1970년대 초중반부터 몇 차례의 오일쇼크가 엄습하여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이 제기됨으로써 에너지 절약 시대가 도래하였다. 그 후 화석연료 사용에 기인한 지구환경 문제가 표면화된 후 1992년 리우 정상회담이 개최되었고 지구환경 시대가 열려 인류의 생존과 연계된 지속 가능성이 시대적 화두로 떠올랐다. 지금은 온실가스(탄소) 배출량을 줄여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기 위한 저탄소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건물 부문 에너지 사용량이 총에너지 사용량의 25%에 육박하고 있어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건축물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를 줄여나가야 한다. 에너지 사용량을 적극적으로 줄여 석유, 석탄, 가스 등의 환경오염(탄소 발생)을 야기하는 화석연료 사용을 제로화한 꿈의 미래형 친환경 주택이 바로 '제로에너지 하우스'이다. 건물에 필요한 에너지는 자체 생산된 신재생에너지로 충당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화석에너지 사용을 제로로 만든 건물인 것이다. 제로에너지 하우스를 구현하는 데는 현실적인 많은 과제를 안고 있어 현재로서는 상당히 어렵다. 그렇지만, 건축 설계와 공학 기술을 효과적으로 통합, 접목하여 환경 효율을 현저히 높여나간다면 머지않아 실현될 수 있는 목표이기도 하다. 실제 독일, 영국, 일본 등에서는 제로에너지 하우스가 건립되고 있고 이들 외국 사례를 살펴보면 여러 친환경 개념과 요소 기술들이 적용되어 있음을 어렵잖게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자연 환기, 자연 채광, 외피 단열 계획 등과 같이 자연의 이점을 살리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건축적 설계기법을 적용하고 있다. 마치 전통 건축물과 같이 자연환경에 순응한 건축 설계 기법을 적극 적용함으로써 에너지 사용을 억제하고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게 한다. 마치 단열 성능이 우수한 보온병에 더운물을 저장하면 오랜 시간 열이 지속되는 것처럼 건축물의 단열성을 크게 높여 열손실을 최대한 줄여가는 것도 건축적 설계 기법의 한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다음으로, 설비적 설계 기법에 의해 건물 에너지를 절약해 나가고 신재생에너지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 예컨대 냉난방에 필요한 보일러, 냉동기 등의 설비 기기를 에너지를 적게 먹는 고효율 장비로 도입하는 것은,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마치 연비가 좋은 자동차를 타게 되면 연료와 연료비를 크게 절약할 수 있는 것과 동일한 원리인 셈이다. 태양열 집열, 태양광 발전, 지열, 풍력발전 설비, 미이용 에너지 등을 적극 활용하여 건물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원을 직접 자체 생산하여 사용하게 되면 그만큼 전기, 석유, 가스와 같이 우리에게 친숙한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건물에 투입되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 관리하고 있다. 건물에서의 에너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그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이용자 관점에서는 실제 건물 이용자가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을 스스로 인식하고 실천하여 궁극적으로 에너지 절약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한 에너지 절약 효과는 앞에 열거한 사항들 못지않게 클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제로에너지 하우스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여러 사항이 잘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에너지 절감형으로 건물을 계획, 설계하여 에너지를 90% 선까지 절감하고, 나머지 10%는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콘셉트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것은 먼저 건물 에너지 절감이 전제되지 않으면 신재생 설비로 생산된 에너지마저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렇듯 저탄소 시대에 에너지 절약과 절약의 실천은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부여된 필연적 과제인 셈이다.
최동호/대가대 교수·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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