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인야구 열기는 계절이 따로 없다. 한여름, 무더위와 땡볕은 물론 영하의 한겨울 날씨도 야구에 빠진 이들이 움켜쥔 방망이를 내려놓게 하지 못한다. 동호인 수도 최근 들어 급격히 증가했다. 2010년 출범해 4회째를 맞은 전국 유일의 매일신문사장기 사회인야구 테마리그는 첫해 62개 팀에서 출발해 2011년 114개 팀, 지난해에는 137개 팀으로 늘었고, 올해는 150개 팀이 리그별 챔피언이 되고자 열전을 거듭했다. 이외에도 대구에서는 여러 리그가 운영돼 사회인야구 열기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일본인 이타노 신세이(33) 씨도 이런 열기에 합류했다. 올 6월부터 사회인야구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뎠으나 재미를 아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가 직접 뛰면서 익힌 한국의 사회인야구는 어땠을까.
◆어울림은 최고 매력
"경기 뒤 팀원들과 먹는 국밥 맛 최곱니다."
이타노 씨가 한 팀의 소속원으로 유니폼을 입고 느낀 사회인야구의 최고 매력은 어울림이다. 그리고 모두가 즐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팀과 팀이 맞붙어 승패를 가려야 하니 시합 중에는 고성이 오가고, 탄성도 쏟아내지만, 경기가 끝난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서로 격려하는 모습은 '너'와 '내'가 따로 없었다.
분위기뿐만 아니다. 친구, 동료끼리 모여 취미로 하는 동호회 팀치고는 실력 또한 수준급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힘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영향을 받은 프로야구처럼 사회인야구도 호쾌한 공격을 지향하는 빅볼(big ball)이라는 것. 이타노 씨는 "일본은 사회인야구도 조직력을 통해 차곡차곡 점수를 내는 스몰볼(small ball) 경향이 강한데, 한국은 일단 선수들의 덩치도 크고, 공격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가 홈런을 맞았다는 이타노 씨는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지 않아 실력이 천차만별이긴 했지만 톱클래스는 마치 프로야구선수처럼 엄청난 파괴력을 지녔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용어부터 다른 한국과 일본
한국의 사회인야구가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축이 된 동호회 성격이라면 일본의 사회인야구는 야구를 전문적으로 익혀온 선수들이 뛰는 실업팀 야구다. 고교까지 야구를 한 선수의 진로는 프로와 대학으로 갈리고, 여기에 덧붙는 게 일본의 사회인야구다. 그래서 오해가 생긴다. 간혹 일본의 사회인야구 출신이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거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일본 대표팀으로 발탁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기적 같은 일로 여기나, 실상은 같은 용어가 빚어낸 차이에서 온 것이다.
일본에서 우리와 같은 사회인야구는 구사야큐(草野球)라 부른다. 공도 다르다. 우리는 프로선수들이 쓰는 딱딱한 경식구를 사용하는 데 반해 일본은 고무공 같은 연식구를 주로 쓴다. 이타노 씨는 "일본에 많은 야구장 시설이 있지만 안전 문제 등을 들어 규정을 엄격히 적용, 경식구장은 많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많은 동호인이 잘 치면 잘 날아가고 후련함을 주는 경식구를 사용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부러운 야구 시스템
2003년 자매결연대학인 경북대에 6개월 동안 교환학생으로 오면서 대구와 인연을 맺게 된 이타노 씨는 이듬해 경북대로 대학원 진학을 하면서 대구 사람이 돼 가고 있다. 중'고교에서 일본어 원어민 강사 일을 했던 이타노 씨는 프리랜서 통역 일을 하면서 사귀게 된 여행사 사장의 권유로 사회인야구에 발을 디뎠고, 올 9월에는 사회인야구선수들을 대상으로 일본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뛰는 이대호 관련 투어상품을 기획하기도 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중계방송을 즐겨본 아버지의 영향으로 야구에 관심을 둔 이타노 씨는 고교 때는 학교 야구부 창단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타노 씨는 "일본에서는 방과 후 수업이나 야간자율학습이 없어 오후 4시 이후에는 학생들이 대부분 동아리 활동을 한다. 야구는 인기가 많아 야구부를 운영하는 학교가 대부분이다"고 했다.
유명한 고시엔전국고교야구대회는 엘리트 야구부든, 동아리 학교 야구부든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에서 예선을 거쳐 1위에 오른 팀(도쿄 2개 팀, 홋카이도 2개 팀)이 고시엔구장에서 겨루는 최대 야구잔치다.
이타노 씨 역시 고3 때 지역예선에 참가했으나 첫 경기서 0대 6으로 패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야구는 온 가족의 소풍으로 이어진다. 열악한 시설과 가족과 분리된 채 주로 아버지 혼자 즐기는 우리로서는 부러운 모습이다.
대구와 자매도시 히로시마 간 사회인야구-구사야큐 교류전을 추진해 보고 싶다는 이타노 씨는 야구가 한국과 일본을 좀 더 가까워지게 하는 교두보가 되길 바라고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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