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불의에 대한 저항과 민족의 창조적 역량을 고양하는 학술 및 실천 활동에 앞장 선 사람들에게 심산(사상)연구회가 수여한 심산상이 2006년 17회를 끝으로 중단된 상태다. 재정 부족이 이유이지만 시대적 상황 변화를 이유로 꼽는 이도 많다. 먹고살기 급급한 세태를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성균관대학교와 재단(삼성)이 관심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상의 중단 이후 심산에 대한 성균관대학교의 관심 부족을 꼬집는 학내 구성원도 적잖다.
심산상의 중단을 안타까이 여기는 사람들은 민족의 대의를 굽히지 않은 심산의 정신을 기리는 심산상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키워나가야 한다고도 한다. 심산상의 중단은 성균관대학교는 물론 우리 사회의 수치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뜻 있는 단체에서 이어받아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심산상은 1986년 한국현대인물사론을 쓴 언론인 송건호 씨가 첫 수상자다. 그 이후 백낙청 강만길 장을병 이효재 교수 등이 수상했고 친일문학론을 쓴 임종국 씨도 상을 받았다. 소설가 김정한과 박원순 서울시장도 수상자며 전환시대의 논리를 쓴 리영희 교수가 마지막 수상자다. 민족해방운동사를 펴낸 역사문제연구소와 '1894년 농민전쟁 연구'를 발간한 한국역사연구회, 친일인명사전을 펴낸 민족문제연구소는 단체 자격으로 상을 받았다.
수상자 중에는 김수환 추기경도 있다. 김 추기경은 1970, 80년대 우리 정치사회에서 민주화와 인간화를 추구해 온 공이 심산의 정신과 상통한다며 수상자로 추천됐다. 추기경의 추천을 놓고 연구회 일부에서는 유학자 심산의 이름으로 주는 상을 크리스천이 받겠느냐고 우려했다. 그러나 추기경은 수상 소식을 전하자 흔쾌히 수락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수상자는 관례대로라면 심산의 묘소를 참배해야 했다. 참배는 유교식 절을 했다. 추기경에게 참배와 유교식 절을 강요할 수 있느냐는 고민이 생겼다. 참배 날 추기경은 거리낌 없이 절을 했다. 뒷날 교계 일부에서 이를 두고 말이 나오자 추기경은 "이 어른이 살아 계셨으면 마땅히 찾아뵙고 절을 해야 하는데 돌아가셨으니 묘소에서 절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며 일축했다. 이런 어른에게 절을 안 하면 어느 분한테 절을 하느냐는 말을 했다고도 한다. 심산의 정신을 추기경도 높이 사고 있었던 것이다.
시상이 끝난 뒤 추기경이 연구회에 작은 상자 하나를 보내왔다. 상자 안에는 1천만원이 들어 있었다. 연구회 측이 재정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을 들은 추기경이 상금에 사비 300만원을 보태 보내 온 것이었다.
서영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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