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바야흐로 시푸드(Sea Food)가 지구촌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추세다. 세계 3대 수프로 꼽는 중국 샥스핀(상어 지느러미)과 프랑스 부야베스(생선, 조개), 태국의 톰얌꿍(새우)도 모두 주재료가 해산물이다. 해산물 요리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값비싼 음식 반열에 올라 있다. 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장수 식품으로 웰빙 추세에 걸맞고 식탁을 화려하고 풍성하게 꾸미는 데 단연 으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외에 있는 한국음식점에서 찾을 수 있는 해산물 메뉴는 꽁치구이와 미역국이 전부다. 꽃게나 조개도 그냥 된장찌개의 재료로 들어가는 정도다. 성공적인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 세계의 시푸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시푸드 음식
세계 시푸드의 대명사는 바닷가재 요리다. 세계인들의 휴양지인 남태평양 피지 섬의 특산음식인 크레이피시 구이는 해산물 레스토랑에서 가장 값비싼 메뉴다. 남태평양산 바닷가재인 크레이피시는 피지뿐만 아니라 뉴질랜드와 호주에서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로브스터로 잘 알려진 북태평양, 북대서양 바닷가재의 인기도 식을 줄 모른다. 로브스터는 미국 시애틀의 어시장인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으로 모인 뒤 전 세계로 팔려나간다. 시애틀에서 바닷가재 꼬리 스테이크는 정장 차림의 손님만 골라 레스토랑에 입장시킬 만큼 격조 높은 시푸드이기도 하다.
바닷가재만큼이나 세계적으로 인기 높은 해산물은 연어다. 캐나다 밴쿠버의 연어 스테이크는 원주민 인디언들의 역사와 밴쿠버의 청정 자연환경이 스며 있는 음식이다. 밴쿠버에서 연어는 음식 재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연어가 돌아올 즈음이면 밴쿠버의 강은 세계인들이 찾는 관광지가 되고, 밴쿠버 사람들은 매년 연어를 반기는 축제를 연다. 캐나다 서쪽과 알래스카 인근 북태평양은 매년 가을철 연어잡이 어장이 형성된다. 이곳에서 잡힌 연어는 훈제 연어로 가공돼 전 세계로 팔려나간다. 연어가 돌아오는 시즌이면 밴쿠버의 레스토랑마다 연어 스테이크를 주메뉴로 내건다.
인도네시아 발리 원주민들이 먹던 생선구이도 인기가 높기는 마찬가지다. 그라푸라는 생선을 카레가루와 라임즙에 담가 놨다가 연한 야자수 숯불에 천천히 구워 내는 간단한 요리인데도 발리를 찾은 관광객들은 생선구이 레스토랑 앞에 길게 줄을 선다. 중국 산둥성 웨이팡시의 꽃게조림인 장폭방시에와 일식의 대표 메뉴인 스시와 사시미도 해산물이다. 세계의 장수촌인 오키나와의 원주민 전통음식 우미부도(바다포도) 덮밥도 해조류를 소재로 한다. 싱가포르의 명물 칠리크랩은 스리랑카 크랩 한가지만으로 자국 내 외식산업을 기업형으로 육성하고 해외에 체인점을 낼 정도로 해산물 음식 산업화의 위력을 보여준다.
◆해산물을 주재료로 쓴 향토음식도 인기 만점
전국에서 손님들이 몰려 오는 향토음식점 중 상당수도 해산물이 주재료다. 코를 톡 쏘는 맛으로 유명한 흑산도 홍어는 전라도 음식 중 대표적인 해산물 요리다. 홍어는 흑산도 근해에서 많이 잡히지만 육지인 나주 영산포에 위판되면서 나주홍어라는 이름으로 명성을 떨치기도 한다. 낙지를 특화시킨 향토음식으로는 전남 영암군의 세발낙지 호롱구이를 들 수 있다.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 숯불에 구워 낸 세발낙지 호롱구이는 연포탕, 산낙지회와 함께 인기 높은 호남 3대 낙지 음식으로 친다. 나무젓가락에 감긴 낙지를 풀어 가면서 먹는 맛도 손님들에게 쏠쏠한 재미를 준다.
여수에는 간장에 절인 돌게장이 유명하다. 여수시내 한 마을이 모두 돌게장을 담고 돌게장 정식 음식점을 할 정도다. 여수에는 또 발리 원주민 생선구이 못지않게 인기 높은 금풍생이 생선구이도 있다. 이순신 장군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는 관기 평선이를 등장시켜 전국적인 스토리텔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금풍생이는 미식가들은 다 아는 여수의 명물 향토음식이 됐다. 금풍생이는 샛서방고기로도 유명하다.
1980년대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 국내 해산물 음식은 마산아구찜이다. 전국망을 갖춘 프랜차이즈 체인점은 매운 마산아구찜을 대중화시켰고, 전국 곳곳에서 인기 높은 배달음식으로 30년 넘게 장수하고 있다. 덩달아 마산 멍게비빔밥도 인기 음식이 됐다.
부산의 최대 어시장인 자갈치시장을 대표하는 해산물 음식은 시장가에 줄이어 있는 포장마차의 곰장어 양념구이이다. 곰장어 가죽을 벗긴 후 부산물로 나온 재료를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 연탄불에 구워 내는 곰장어 구이는 자갈치 아줌마들의 억센 삶이 녹아 있다. 강원도 양양시 동해바다의 굵은 섭조개를 주재료로 끓여 낸 섭국도 전국 식도락가들의 인기를 끄는 향토음식이다. 전북 고창 인천강변에 자리한 풍천장어 단지도 바다에서 갓 올라온 육질 좋은 국산 민물장어를 재료로 사용해 인기를 누리고 있다. 풍천장어는 중국산 수입장어의 저가 공세를 너끈히 물리치고 있다.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는 해산물 보고
경북 지역에서도 인기 높은 향토음식은 주로 해산물 요리다. 포항 구룡포만 해도 구룡포 과메기와 생선추어탕인 모리국수, 고래고기 전문식당 등 전국에서 찾아온 미식가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포항 참가자미와 넙치를 이용한 포항물회도 사시사철 북적일 정도로 불경기가 없다. 포항물회와 영덕 미주구리회처럼 무침회는 일본 사시미와는 다른 한식 스타일의 회 음식이다.
영덕 강구항 등의 대게찜 인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강구항에 빼곡히 들어찬 대게 음식점 200여 곳은 전국의 단골손님을 잡고 불황을 모르고 산다. 울진 물곰탕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스토리텔링에 힘입어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곰치는 홍게잡이 그물에 부산물로 잡히는 천덕꾸러기였지만 물곰탕이 인기를 끌면서 마리당 4만~5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값비싼 생선이 됐다. 향토음식 산업화의 효과다.
내륙에서 가공한 해산물도 인기다. 안동간고등어와 대관령 황태가 대표적으로 일찍부터 전국 유통망을 구축해 향토식품 산업화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전남 영광의 법성포 굴비와 울릉도 오징어, 제주도 은갈치, 통영 멸치, 서천 주꾸미 등도 특산화된 해산물 요리다. 특산 생선의 공통점은 '말리고, 절이고, 찌는' 기초 가공 상태다. 덕분에 보관성이 높아지고 기초 식재료로서 상품 가치도 띠게 된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지역마다 생선 요리가 다양하게 발달했다. 명태포와 대구포 같은 말린 생선포와 고등어구이, 갈치구이 등 생선구이, 대구탕, 동태탕 등 생선을 이용한 탕 종류와 새우젓, 멸치젓, 굴젓 같은 해산물 음식이 다양하게 잘 발달해 있다. 특히 미역국과 다시마전, 모자반국, 진저리생채, 톳무침, 파래무침, 말린 김, 전통 청각김치, 다시마 튀각 등 해조류 음식도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런데 한식 세계화의 소재로 선택된 해산물 음식은 너무 드물다. 한식 세계화의 전도사인 김재수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은 "우리나라처럼 다양한 해조류 음식이 있는 나라도 없다"면서 "해산물을 재료로 한 다양한 향토음식의 조리법 개발도 한식 세계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韓) 스타일의 시푸드 개발은 우리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필수 과제인 셈이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사진작가 강병두 plmnb12@hanmail.net
차종학 cym478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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