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라는 질환은 워낙 흔한 탓에 때로 무덤덤하게 느껴질 정도다. '나이 들면 누구나 갖는 성인병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최근 경구용 혈당강하제나 편리한 인슐린 주사제로 충분히 관리 가능한 병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모든 당뇨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청소년기에 당뇨 진단을 받으면 그만큼 관리가 어렵다.
◆젊은 당뇨병, 합병증 막기 어려워=과연 청소년기나 20대 젊은이에게 당뇨가 온다면 꾸준한 관리가 적절히 이뤄질 수 있을까? 다행히 젊은 시기를 잘 이겨낸다고 해도 당뇨를 10년 이상 앓게 되는 30, 40대 이상이 되면 합병증으로 고통받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개발된 치료제가 합병증을 늦추는 데 도움을 주고 있지만 젊은 나이에 당뇨가 시작된 환자들이 평생 합병증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제1형 당뇨병은 예전에 '소아당뇨병'으로 불렸다. 인슐린을 전혀 생산하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 돼 발생한다.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 즉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기능이 떨어져 세포가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연소하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제1형 당뇨병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정상적인 췌장을 몸속에 넣어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됐다. 이렇게 시작된 췌장 이식은 서양에서 약 40년, 국내에서 약 20년가량 됐지만 아직도 활발하지 못한 상황이다.
◆췌장 이식이 현실적 대안=췌장은 혈당 조절 외에 소화기능과 지질대사 등 매우 중요한 기능들을 한다. 특히 제1형 당뇨병은 췌장의 수많은 기능 중 하나, 즉 인슐린 생산'분비 능력만 떨어져 있는 질환이다. 몸속에서 어떻게든 인슐린만 만들 수 있다면 굳이 위험하게 췌장 전체를 이식할 필요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의사들도 인슐린만 있으면 해결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매일 몇 차례씩 바늘에 찔려야 하는 고통, 인체가 스스로 혈당에 따라 적절한 인슐린량을 조절하지 못하는 문제는 장기적인 사용에 분명한 한계를 가져왔다. 아울러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도세포만을 분리해 몸속에 넣어주는 '췌도세포 이식'이 대안으로 매우 각광받았지만 여러 어려움 때문에 아직 미래의 치료법으로만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서 췌장 이식은 최근 들어 다시 조명받고 있다. 그러나 췌장 이식이 희망만을 심어주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인슐린 사용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수술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게다가 대부분 췌장 이식이 뇌사자의 장기 기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모든 제1형 당뇨 환자에게 이식해 줄 수도 없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올해 4차례 성공=수도권 일부 병원을 제외하고는 국내 췌장 이식은 전무한 상태였다. 췌장 이식은 생사를 다루는 간 이식과 달리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이기 때문에 실패했을 경우에 대한 두려움과 어려운 수술법, 수술 후 관리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수도권 이외 지역의 췌장 이식은 당연히 하지 않는 수술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
그러나 올해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수도권을 제외하고 최초로 췌장 이식을 했고, 1 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4차례의 이식수술을 모두 성공적으로 해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외과 한영석 교수는 "췌장 이식 후 환자 만족도가 매우 높고,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도 크다"며 "하지만 아직 극복해야 할 여러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지식과 경험이 바탕이 된 의료진과 상담을 거친 뒤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것이 이식 성적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된다"고 했다.
한 교수는 또 "장기간 당뇨로 고통받은 환자나 가족은 경제적으로 열악한 경우가 흔하고, 췌장 이식 대기등록조차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며 "당뇨와 췌장 이식에 대한 인식 확대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도움말=대구가톨릭대병원 외과 한영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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