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앞으로 대학에 대한 모든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대학 구조조정과 연계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다. 대학들이 내년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는 절박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는 '대학교육 특성화 사업'이 대표적 예다. 이 사업은 각 대학의 강점 분야 및 지역 산업 수요 등을 반영한 특성화를 집중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명박정부 때의 '교육역량강화사업'을 확대'개편한 것으로, 총 사업비는 2천30억원에서 2천569억원으로 늘었다. 이 중 지방대 특성화 사업비가 1천931억원이다.
'특성화'는 대학 내 인적'물적 자원이 집중 배정돼 있어 대학 내에서 비교 우위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타 대학과의 비교에서도 우위에 있는 것을 의미한다.
각 대학은 사업단 단위로 특성화 사업을 신청할 수 있으며, 특성화 사업 분야는 ▷대학이 희망하는 '대학 자율 분야' ▷국가가 지정한 권역별 산업과 연계된 '국가 전략 분야' ▷'국가 지원 분야'(인문'국제화'예체능) 등 3개로 구성돼 있다.
문제는 특성화 사업을 신청할 때 반드시 각 대학이 장기발전 계획을 함께 제출해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장기발전 계획은 구조조정 계획, 특성화 총괄 계획, 장기발전 계획(요약)으로 이뤄져 있는데, 장기발전 계획의 핵심은 학과 통폐합, 정원 감축 등을 내용으로 하는 구조조정 계획이다. 특성화사업을 희망하는 대학들은 2014~2018년에 실천 가능한 구조조정의 범위를 결정해 내년 4월까지 제출해야 한다.
대학별 특성화 사업비는 적게는 20억~30억원에서 많게는 인센티브까지 포함해 최대 1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각 대학이 여기에 매달리는 이유가 돈 때문만은 아니다. 지역 사립대 한 교수는 "가령 전국 206개 4년제 대학 중 100개 대학이 특성화 사업을 따냈는데, 우리 대학이 그에 못 들었다면 100등 밖이라는 뜻"이라며 "특성화 사업을 따낸 대학도 특성화 아닌 분야는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아예 못 따낸 대학은 '앞으로 가망 없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특성화 사업 1단계(2014~2018년)와 2단계(2019~2025년)에 각각 하위 20%를 탈락시킨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은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해여서 대학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새로운 평가체제로 대학평가를 시행, 2015년부터 평가 결과에 따라 대학별로 차등적으로 정원을 감축하는 구조개혁 방안을 추진한다.
모든 대학을 절대평가해 최우수, 우수, 보통, 미흡, 매우 미흡 등 5개 그룹으로 나누고, 최상위 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들은 강제적으로 정원을 감축한다는 것. 우수 대학은 일부를, 보통 대학은 평균 수준으로 정원을 감축하고, 미흡과 매우 미흡 대학은 정원을 대폭 줄여야 한다.
최우수∼보통 대학은 모든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미흡 대학은 국가장학금 Ⅱ유형과 학자금 대출의 제한을 받고, 매우 미흡 대학은 국가장학금 지급 중단과 학자금 최소 대출 등의 조치를 받는다. 대학들이 이 평가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학 구조개혁의 직접적 배경은 학령인구 감소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8년이 되면 고교 졸업생은 54만9천여 명인 반면 대학 입학정원은 55만9천여 명으로 대입 정원이 졸업생 수를 초과하는 '역전 현상'이 시작된다. 2020년 이후에는 꾸준히 15만 명 내외의 초과 정원이 발생한다. 이를 근거로 교육부는 2020년까지 대학정원을 현재보다 15만 명은 줄여야 한다고 추산한다. 그동안의 심각한 수도권 대학 집중화를 감안하면 정원 감축의 직격탄은 지방대학들이 맞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경산의 한 대학 관계자는 "내년에는 특성화 사업과 구조개혁을 같이 준비해야 해 머리가 터질 지경"이라며 "수도권 대학들은 실제 경쟁력보다는 위치나 학벌자본 수요 때문에 각종 정량평가에서 손쉽게 우위를 점해왔다. 교육부는 대학의 공공성, 지역 여건, 구조개혁 실적 등 정성평가 요소를 감안해 지방대학에 가중치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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