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를 둘러싼 철도 파업이 오늘로 15일째, 역대 최장 파업이다. 경찰은 1995년 민노총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공권력을 투입하여 수배 중인 철도노조 간부를 체포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위치 추적까지 했지만 김명환 노조 위원장 등 핵심 수뇌부 9명은 빠져나간 뒤였다. 헛정보를 따라가 벌집만 건드린 작전 실패로 경찰은 체포 대상자 연행은커녕 민노총의 심기를 건드려 정권 퇴진 운동의 빌미만 주게 됐다.
수서발 KTX는 내부 경쟁을 유도하려는 자회사이지, 민영화와는 상관없다는 해명도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위장된 민영화라고 본다. 철도노조가 끔찍하게 여기는 철도 민영화는 정말 악의 상징일까, 철도가 민영화되면 요금이 오르고, 오지 노선에 기차가 서지 않을까.
8년 전 공사로 전환한 코레일은 하루하루 빚으로 연명한다. 2013년 현재 부채는 18조 1천억 원이다. 금융 채무만 11조 원에 이르러, 이자로 연간 4천500억 원, 하루 12억 3천만 원 씩 나간다. 민간 기업이라면 당장 구조조정에 들어가야 할 응급 상태이다. 그러나 혈세를 먹고사는 공공기관인 코레일은 여태껏 노사 합의에 의한 정리해고성 정규직 감원은 없었다. 매년 임금도 뛰어올라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
코레일은 지난해만 6천15억 원의 적자를 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데다 민노총에 가입한 초강성 노조가 버티고 있어 역대 정부마다 개혁을 외쳐도 돌아서서 코웃음 친다. 철도노조는 2만 명 노조원이 연간 130억 원의 조합비를 납부, 매년 4억 원을 민노총에 내고, 해직자 급여 지원 등에 60억 원을 쓴다. 매년 20억 원씩 적립도 한다. 파업하다 잘려도 노조가 생활비를 주니 무서울 게 없다. 불편을 겪으면서도 철도노조를 먹여 살려야 하는 시민만 봉이다.
코레일의 직원은 작년 말 현재, 2만 9천219명이다. 이 많은 인력이 필요한지도 의문이다. 하루 평균 승객이 422명에 불과한 A역이나 그 열 배가 넘는 일일 4천500명이 드나드는 B역이나 똑같이 16명이 근무한다. 코레일 직원 수가 적정 규모의 두 배 이상이라는 소문이 괴담인지 과다 인원인지 당장 밝혀야 한다.
코레일 노조가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고용 불안 때문일 것이다. 민간 기업이라면 연간 5~6천억대의 적자를 내면서도 연평균 6천304만 원(2012년 기준)씩 받는 약 3만 명의 직원을 그대로 끌고 갈 리가 없다. 바로 정리해고와 월급 삭감이 불가피하다. 지난 5년간, 1천874억 원이나 받아쓴 복지후생비는 입에 담기도 어렵다. 물론 성과를 내면 이보다 더 줘도 할 말이 없다. 민영화하면 요금이 오른다는 프레임은 소시민을 졸게 하는 덫이다. 정부는 수서발 KTX가 운행되면 지금보다 기차 요금이 10% 이상 싸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적정 인력을 배치하고, 합리적 임금으로 경영 효율화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내년 6'4 지방선거를 의식해서 툭 까놓고 설명도 못 하고, '양치기 소년'처럼 민영화가 아니라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박근혜정부마저 파업의 불편에 밀려 노조와 적당하게 타협하면 국가 부채보다 더 많은 580조의 빚더미에 파묻혀 있는 공공기관 개혁은 물 건너간다. 지금이라도 지하철 퇴직 기관사들을 모으고, 레이건식 선택을 해야 한다.
1981년 미국 관제사들이 파업에 들어가자 레이건은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성을 설명한 뒤, 48시간 내에 복귀하지 않으면 전원 파면하겠다고 선언했다. 연방 법원도 불법 파업 하루당 100만 달러의 벌금을 노조에 물리겠다고 거들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대체 인력을 신속하게 투입하여 혼란을 수습하고, 48시간이 지나도 복귀하지 않은 1만 1천 명의 관제사를 전원 파면했다. 파면된 관제사들의 재고용까지 영원히 금지시켰다. 아무도 레이건 대통령이 노조를 탄압한다고 비난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철도노조가 파업을 끝내지 않으면, 우리도 민영화를 재고해봐야 한다. 못 할 게 없다. OECD 대부분 국가는 철도를 민영화했다. 오지 노선에는 적자를 보전해주면 된다. 민영화는 악이라는 프레임의 덫, 누군가 나서서 반전시켜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권 퇴진 운동에 겁먹지 말고, 과감하게 코레일 파업부터 다잡으라. 그리고 295개에 이르는 공공기관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대다수 국민은 그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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