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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기·최초·최고' 기록 후 '아름다운 퇴진'

임현숙 청송군 4급 지방서기관

청송
청송 '최초의 여성'으로 불리우는 임현숙 서기관. 전종훈기자

"공무원에 몸담은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40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내년까지 정년이 있지만 후배들을 위해 1년 먼저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도리라 생각하고 일찍 인사드립니다."

24일 오전 청송군 주민생활지원과. 임현숙(59'여) 4급 지방서기관은 27일 자신의 퇴임식을 앞두고도 업무에 매진하고 있었다. 사흘을 남겨둔 퇴임이지만 평소 '일하는 체질(?)'인 임 서기관은 각계 담당 업무를 점검하고, 내년도 사업을 확인하는 등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임 서기관에게는 또 하나 별명이 있다. 바로 '최초의 여성'이란 것. 그는 1974년 7월 청송군 보건소 가족계획요원(현 보건직 9급)을 시작으로 약 39년 5개월 동안 근무한 최초의 최장기 여성 공무원이다. 또 청송군 공무원 여성으로는 최초로 가장 어린 나이로 1981년(당시 27세) 지방별정직 6급'1991년(당시 37세) 지방별정직 5급 시험을 단번에 합격했다. 또 청송군 과장 및 면장 직급에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임명됐고, 지난해 7월에는 청송군 최초로 지방서기관으로 승진해 '최초의 여성' 별명의 종지부를 찍었다.

임 서기관은 "경상도에서도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청송에서 남자들보다 먼저 승진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매번 승진 시험마다 열심히 했고, 운도 좋았다. 당시 남자를 이긴다는 생각보다 무조건 1등을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 솔직히 지금 되짚어 보면 너무 독했다"고 웃었다.

이렇게 '최장기' '최초'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이름난 임 서기관에게도 어설픈 초임 공무원 시절이 있었다. 임 서기관이 74년 공무원에 임용됐을 때 당시 월급은 2만7천원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매달 1만6천원씩 적금을 부어 1년 만기일에 적금을 타 20만원을 모친에게 건넸다고 한다. 이 돈으로 임 서기관과 모친은 고민 끝에 당시 시세가 좋던 깨를 1되에 5천원씩 모두 20만원(40되)어치를 사들여 다음 해 큰 수익을 내길 기대했다는 것. 하지만 다음 해 전국에 깨 농사가 풍년이 들어 시세에 반도 안되는 가격으로 떨어져 결국 사들인 깨는 친척들과 이웃 등에게도 나눠 줘야 했다는 것.

임 서기관은 "그때는 모친이 하자는 대로 했고 돈에 대한 개념도 없었다. 당시 시골에서 곡식을 저장해 큰돈을 남긴 사람들이 있었는데 우린 재주가 없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당시 우리 집 주위는 깨 볶는 고소한 냄새로 한동안 코가 즐거웠다"고 웃었다.

임 서기관은 은퇴 후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 준 국가를 위해 뭔가 꼭 하고 싶다고 한다. 그는 "자원봉사기관에서 할 일이 있다면 가서 봉사하고 싶다. 누구를 돕는 것도 즐겁지만 내가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도 그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열심히 봉사를 하고자 한다면 한 가지는 꼭 먼저 해야 한다. 바로 불어난 체중 관리"라며 미소 지었다.

청송'전종훈기자 cjh4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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