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갑오(甲午)년의 새 해가 밝았다. 60년 만에 찾아온 청마(靑馬)의 해 첫날은 어둠을 누르며 소리없이 다가오는 여명처럼 조용하게 다가왔다. 시간이 흘러도 쉬 나을 것 같지 않던 상처도 세월이 흐르면 아물듯 그렇게 갑오년 365일이 평화롭게 다가왔다. 그러나 지역사회가 그리 밝지도, 나라 앞날이 그다지 희망적이지도, 동북아 정세가 결코 호락호락하지도 않다.
◆대구·경북 이끌 수장은 어디에
갑오경장(1894년) 120주년을 맞은 2014년 갑오년에 우리는 도약 혹은 추락의 기로에 섰다. 역사상 어떤 나라도 대한민국에 애정을 베푼 적은 없다. 중국은 늘 항거하기에 힘든 폭군이었고, 중국의 힘이 쇠퇴했을 때는 만주 건너 러시아와 바다 건너 일본이 한반도로 몰려왔다. 지금도 한반도 주변은 구한말 못지않게 험난하다. 뭉쳐도 살아날까 말까 하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당리당략에 빠져 민심을 외면하고 있다. 올해는 여야의 이런 한심한 작태를 끊어버려야 한다.
6'4 지방선거를 앞둔 대구'경북은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를 비롯한 자치단체장을 뽑는 정치적 대사(大事)를 앞두고 있다. 4년마다 한 번씩 치르는 지방선거는 총선이나 대선 못지않게 우리 생활과 지역사회를 지배한다. 어떤 인물이 이 시대에 맞는 자유와 평화 그리고 지역 발전의 역량을 지녔는지 골라내야 한다. 대구에는 작대기를 꽂아도, 경북에는 과메기를 내세워도 특정 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 인물 평가와 성과 평가 그리고 지역발전에 대한 역량평가가 있어야 한다.
대구경북이 광역자치단체장을 포함한 33개 자치단체장을 잘 뽑았는지 아닌지는 지금의 살림살이를 보면 안다. 과거 임명직, 관선 단체장 시절보다 더 나빠진 성적표를 들었다면 부끄러워해야한다. 형편없는 성적으로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면 과감하게 내쳐야 한다. 지방 경영을 옳게 하지 못하고, 지역 여론에 귀 닫고, 지역 혁신에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또다시 기회를 줄 이유가 없다. 이제는 지방자치단체장 선출에 대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한 번 뽑은 단체장이 아니다 싶으면 냉정하게 돌아서야 한다. 두 번 기회를 주면 어지간히 능력을 다 발휘했다고 봐야한다. 그래도 능력이 출중하고, 성품도 겸손하여 지역을 섬긴다 싶으면 3선의 영광을 줄 필요가 있다.
◆치욕의 정치 벗어나는 신기원 이뤄야
이런 책임과 권한은 지역 주민, 바로 독자에게 있다. 뽑히고 돌아서면 주민을 외면한 채 군림하고, 특정 모임을 만들어 패거리 짓을 일삼는 단체장은 적임자가 아니다. 인'허가권을 내세워 지역 주민을 골탕 먹이고 사업권을 제한하는 단체장도 자격 상실이다. 시민사회의 경쟁력을 높여줄 평생학습에 대한 애정과 주민을 행복하게 하는 문화 마인드도 꼭 필요하다.
2014년 갑오년은 무엇보다 정치권의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대선을 치른뒤 2013년 한국 정치는 치욕과 타락의 경계선을 오갔다. '야권연대'란 명분 아래 총선 과정에서 민주당을 숙주로 진출한 종북 세력은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활개 치고 다녀도 아무 제재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오히려 일 년 내내 국정원 댓글이 선거개입 인지 아닌지를 둘러싸고, 나라는 분열의 도가니로 변해버렸었다. 오죽하면 '이런 국회라면 해산시켜야 한다'는 말까지 듣고 있을까. 정치인들은 '소통'이란 이름 아래 '아집'을 고수했다. 국정원 댓글 어떤 문구가 정치 개입이고, 어디까지가 정상적 심리전인지 합일된 기준과 법적 금지선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대선 불복과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금기를 넘은 셈이다.
박 정부는 '대선 불복성' 길거리 투쟁에 나선 야당 때문에 혁신해야 할 집권 1년 차를 허송세월했다.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야당도 대책없지만, 155석을 차지하고 있는 집권 여당 새누리당의 책임은 더 크다. 국정 운영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진다. 지난해처럼 정치력 부재와 무기력증을 다시 한 번 더 노출한다면 조기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북아에 이는 격랑
중국의 패권적 해양 진출과 일본의 보수 우경화, 그리고 미국과 일본의 밀착 등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격변해도 생존을 고민하고 해법을 찾는 정치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여야 모두, 지난해를 반성하고 그 바탕 위에 정치 복원에 힘을 모아야 한다. 그래야 민생이 편하다. 민생이 편해야 나라가 발전한다. 새해에는 나라를 살리는 정치 본연의 모습을 보고 싶다.
박근혜정부는 지난해 외교와 대북 관계에서 후한 점수를 얻었다. 대북 관계는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내부의 불안정이 도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강력한 안보 태세를 구축해 나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새해에도 한'일 간 악재는 수두룩하다. 중국과는 한'중 정상회담을 이어가는 등 우호 관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본과는 악재가 줄지어 있다. 올해 나올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도 관심사다. 일본 기업이 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하급심 판결을 대법원도 인정할지가 주목을 끈다.
새해를 맞아 의료와 보건복지 정책이 나아지기를 원하는 요구도 뜨겁다. 올해부터 시행될 육아휴직 근로자 대체 인력 지원금과 4대 중증질환 국민건강보험 보장 확대, 7월부터 75세 이상 어르신 임플란트 건강보험 급여 적용 등의 정책은 긍정적이다. 4대 중증질환에 대한 건강보험이 지난해 초음파 검사와 MRI 검사로 확대한 데 이어 올해 고가 항암제 등 약제와 PET 등 영상 검사에 적용되는 것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육아휴직 근로자 대체 인력 지원금을 늘리는 것은 필요하나 육아휴직 이후 퇴직 사례가 30%나 되는 현실적 문제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
7월 시행될 노인 기초연금 제도는 수령액이 최대 월 20만 원으로 증가하지만,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일수록 손해 보는 구조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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