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갑오(甲午)년

신문 기사와 관련해 항의 전화를 받을 때가 가끔 있다. 이해 당사자나 사회'정치 문제에 대한 시각차가 대부분이다. 이때는 시각차를 줄이거나 양해를 구하면 원만하게 마무리된다. 그러나 오탈자나 명백한 오보에는 어떤 변명도 필요없이 사과를 해야 한다.

후자의 사례와 비슷하게, 무조건 사과를 해야 하는 상황이 매년 초에 일어난다. 해가 바뀔 때마다 쓰는 간지(干支) 때문이다. 대부분 신문은 1월 1일 신년호 1면에 희망찬 한 해의 시작을 상징하는 사진을 대문짝만 하게 싣는다. 일출 등이 많지만, 그해 띠에 맞춘 동물을 등장시키기도 한다.

문제는 여기서 일어난다. 주로 나이 많은 어르신의 항의다. 띠의 개념은 음력이며, 음력 새해는 설인데 양력 1월 1일을 기준으로 말띠해라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즉, 갑오(甲午)년의 시작은 설인 1월 31일부터라는 말씀이다. 당연히 맞는 말씀이어서 먼저 사과하고, 해명을 해야 한다. 잘못은 맞지만, 새해 첫날에 뭔가 의미를 부여하고, 희망을 전하자는 뜻에서 관행적으로 썼다는 것이다. 대부분 웃으며 이해를 하지만, 잘못된 관행은 당장 고치라고 호통을 치면, 대략 난감하다. 이러한 해프닝은 양력과 음력을 함께 쓰는 데서 온다.

올해는 갑오년이다. 갑(甲)이 푸른 색을 뜻해 갑오년을 청말띠해라고 하는 모양이다. 경(庚)이 흰색을 뜻해 경오년이던 1990년을 백말띠, 2010년 경인(庚寅)년을 백호띠라 한 것과 비슷하다. 간지로 따지면 이런 해는 60년마다 한 번씩 돌아온다. 별 뜻은 없지만, 상술에 따라 하나의 사회현상이 되기도 했다.

붉은 돼지띠였던 2007년 정해(丁亥)년에는 600년마다 한 번 돌아오는 황금돼지띠라며 출산 붐이 일었다. 상술로 드러났지만, 2007년생은 49만 3천 명으로, 2006년보다 4만 5천 명이나 늘어 그 파장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올해가 황금돼지띠의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해라며 벌써 초등학생 용품 마케팅이 한창이다.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서양에서 청말은 일각수(一角獸)인 유니콘을 뜻한다고 한다. 이마에 솟은 뿔이 모든 액운을 막아준다며 신성시했던 전설상의 동물이다. 청말이든, 유니콘이든 그 힘을 빌려서라도 올해는 아무 탈이 없어 심심하다시피 한 한 해가 됐으면 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