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공연시장은 지난 한 해 극과 극의 대비를 보여주었다. 영화판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상업적인 배급사 위주의 흥행 영화들은 선전하고, 자본이 절대 부족한 독립'예술영화들은 고전을 면치 못한 현실이 지역 공연판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셈.
특히 지난 연말에는 공연작품들의 흥행 성적표가 이런 공연시장의 극과 극 구조를 확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뮤지컬 '명성황후' '사운드 오브 뮤직'과 톱스타급 가수인 조용필'이문세 콘서트 등은 객석 매진과 함께 큰 수익을 가져다 준 반면 소극장들이 밀집된 대명공연문화거리 공연을 비롯한 각 지역의 소극장 공연과 톱스타급 가수가 아닌 어중간한 아이돌 가수나 지역에서 인지도가 약한 가수들을 데려온 기획공연들은 적은 관객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연말 공연장 분위기는 그야말로 극과 극 그 자체였다. 1천900석 남짓(계명아트센터), 4천~5천 석 규모(EXCO 공연) 공연장은 발디딜 틈도 없이 북새통을 이룬 반면 일부 소극장 연극들은 출연배우들의 숫자가 관객보다 많아 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스카이(SKY) 기획 이경민 대표는 "지역의 기획사 입장에서는 돈이 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특히 대구는 뮤지컬, 오페라 등에서 타 지역과 차별화되는 고정 마니아 수요층을 갖고 있어, 블록버스터급 기획을 하기에도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극과 극 구조 속에 틈새 시장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코믹 연극과 트렌드 연극 시장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지난 연말에도 매년 찾아오는 '라이어' '뉴 보잉보잉' 등이 객석을 꽉꽉 채웠으며, 젊은이의 거리 동성로에 위치한 아트플러스 1, 2관에서 선보인 '코미디 넘버 원' '수상한 흥신소' '옥탑방 고양이'도 쏠쏠하게 재미를 보았다.
동성로에서 아트플러스 1, 2관을 운영하고 있는 극단 돼지 이홍기 대표는 "상업적이고 흥행 위주의 공연이 잘 되는 것은 어쩌면 시대의 흐름일지 모른다"며 "지역의 공연 제작자들과 관련 종사자들은 공연 수요층이 뭘 원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실은 현실이고, 이상은 이상'이라는 말처럼, 상대적 약자인 지역의 소극장들과 순수예술 분야의 종사자들은 냉정한 현실진단과 함께 새로운 방향 설정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대구연극협회 성석배 회장은 "'연극인들은 항상 가난하다'는 생각부터 떨쳐야 한다"며 "아무래도 지금 시대는 공급자 위주보다는 수요자 위주의 사고를 해야 한다. 다만, 워낙 열악한 지역 연극판인 만큼 어느 정도 정부나 지자체, 기업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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