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2014년, 60세가 되는 1955년생에게

2014년 1955년생은 60세가 된다. 전쟁이나 불경기 등 대혼란 이후 사회'경제적 안정 속에서 태어난 세대를 베이비붐 세대라고 한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6년부터 1965년 사이, 일본은 1947년부터 1949년까지이다. 우리나라는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이다. 규모로는 712만 명, 전체 인구의 약 15%다. 대부분이 퇴직하였거나 황혼을 바라보면서 퇴장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희망 평균수명은 86세다. 직장인들의 평균 은퇴연령이 55세인 점을 감안하면 은퇴 후 30여 년을 보내야 한다.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들은 유난히 많은 변화를 겪었다. 1955년생은 초등학교부터 다양한 교육제도의 시험대에 올랐고, 급변하는 정치, 경제, 사회 변화에 적응하느라 어려움도 많았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국가와 사회발전에 대해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했다. 보람과 후회를 동시에 짊어지고 역사의 뒷골목으로 퇴장하는 베이비부머 첫 세대 모습은 왠지 쓸쓸하게 보인다.

2011년 6월의 일이다. 당시 파리에서 개최된 G20 농업장관회의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농업문제는 시장에 전적으로 맡겨서는 안 된다. 자본주의 체제의 지나친 일탈은 적절한 조정이 가해져야 한다. 규제 없는 시장은 시장이 아니다"라고 강조하였다. 당시 농림부 차관으로 참석한 필자는 1955년생 동갑내기인 사르코지 대통령 연설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 구조적 수급불균형에 처한 세계 농업과 심화되는 경제양극화 이슈에 대한 선진국 대통령의 고민을 읽을 수 있었다. 국가역량을 집중해야 할 주요지표는 GDP가 아닌 '국민행복지수'라고 강조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몇 년 전 12세 연하인 모델 출신의 카를라 브루니와 재혼하여 세인의 호기심을 끌기도 하였다.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도 1955년생이다. 지난 2011년 사망했지만, 투병 중에도 왕성한 아이디어를 선보이고 의욕적인 활동을 하여 디지털 업계를 넘어 경영, 문화,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 인물이다. 빌 게이츠도 1955년생이다. 개인용 컴퓨터, 모바일기기 등 세계를 놀라게 한 제품들을 잇달아 내놓았다. 스티브 잡스와 세계 IT업계의 양대 산맥을 이끈 빌 게이츠는 부인과 함께 자선재단을 설립하고 에이즈 퇴치, 식량난 해결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앞으로의 혁명은 농업에서 나올 것"이라면서 아프리카의 기근과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 '유전체 기반 고구마의 육종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이승만 박사가 프란체스카 여사와 결혼할 1934년 당시 나이가 60세였다. 혼탁한 국제정치에 적극 뛰어들어 독립운동을 하고 백척간두에 선 대한민국을 지켜낸 위대한 지도자인 이승만 대통령의 열정도 매우 놀랍다. "인생은 60세부터"라는 말이 있다. 인생에 경륜이 쌓이고 사려와 판단이 성숙한 60세를 논어에도 이순(耳順)이라고 했다. 과거 60세라고 하면 은퇴를 당연시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의욕도 왕성하다. 새로운 분야에서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다. 그간 익힌 전문성을 발휘하고 다양한 경험을 활용하여 지역사회와 국가에 봉사해야 한다. 실버 일자리 창출도 늘고 있다. 정부도 연륜과 경험을 활용하는 시니어 재능활용 일자리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말의 해'를 맞아 제2의 인생을 앞둔 베이비부머 첫 세대의 도약을 기대한다. "일어서라 1955년생이여."

김재수/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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