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5세 할머니 함지산 등반 '장수 만세'

52세 아들 손잡고 조심조심 등반 2시간 만에 정상 밟아

문대전(가운데) 할머나와 아들 정원복(오른쪽) 씨, 정 씨의 고향 친구 김기태 씨가 함지산 등산 성공을 자축하며 정상에서
문대전(가운데) 할머나와 아들 정원복(오른쪽) 씨, 정 씨의 고향 친구 김기태 씨가 함지산 등산 성공을 자축하며 정상에서 "만세"를 외치고 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새해엔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갑오년 첫날인 1일 오전 7시 30분 대구 북구 구암동 운암지공원에서 함지산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에서는 특별한 등산객이 새해 해돋이를 보러 온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주인공은 문대전(105'여'북구 복현동)'정원복(52) 모자. 아들 정 씨가 어머니 문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등산로를 오르고 있었다. 정 씨는 연방 "어머니, 괜찮으세요?"라며 문 할머니를 챙겼고, 문 할머니는 "괜찮다"며 아들을 따라 올라가고 있었다. 등산객들은 산을 오르는 문 할머니를 보고 "100세 넘은 어르신이 추운 겨울에 산에 오시다니 정말 대단하다"며 놀라움과 격려의 인사말을 건네기도 했다.

평범한 성인이 1시간도 안 돼 오르는 높이의 산이지만 고령의 어르신이 등산을 나섰다는 사실 하나로도 함지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관심은 대단했다. 문 할머니는 등산을 시작한 지 두 시간만인 오전 9시 30분쯤 해발 287m인 함지산 정상을 밟았다.

문 할머니 모자는 함지산에서는 이미 유명인이다. 문 할머니 모자가 함지산을 오르기 시작한 건 약 3년 전부터였다. 정 씨는 "당시 어머니가 갑자기 기억력이 많이 약해지셔서 '혹시 치매 아닌가'하는 걱정을 했을 정도였다"며 "건강을 회복시켜 드리고 싶어 교회 예배가 끝난 뒤 어머니를 집과 가까운 운암지와 함지산으로 모셔서 같이 산책한 것이 시작"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함지산 중턱까지만 가던 것을 점점 강도를 높였다. 지난해부터는 함지산 정상까지 등산에 성공한 적도 세 번 정도 있었다.

주변에서는 이미 100세를 넘긴 고령의 문 할머니에게 함지산도 무리가 아니냐는 걱정을 많이 한다. 하지만 문 할머니는 105세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편이다. 노령인 탓에 기억력이나 청력이 약간 좋지 않은 점 빼고는 움직이는 데 전혀 불편이 없었다.

이날 산행을 같이한 정 씨의 고향 친구 김기태(52'북구 구암동) 씨는 "우리 어머니가 문 할머니보다 훨씬 젊은 나이인데도 함지산에 산책 나가면 산 중턱까지 가는데도 몇 번을 쉬시는데 문 할머니는 이 높은 산을 딱 두 번 쉬고 올라가신다"며 "이 정도로 건강을 누리기 쉽지 않으신데 옆에서 볼 때마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들 정 씨는 어머니의 장수 비결을 긍정적인 사고방식 덕택이라고 보고 있다. 기자가 문 할머니에게 "살면서 기억나시는 일 중 정말 힘들었거나 정말 기뻤던 일을 말씀해달라"고 부탁하자 문 할머니는 웃으며 "크게 힘든 일도 크게 기쁜 일도 없이 평온하게 살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아들 정 씨는 "어머니는 나쁜 일은 잘 기억하지 않으시는 편"이라며 "항상 웃을 때도 수줍은 듯 새색시처럼 웃으시고 애교도 가끔 부리시는 모습을 보면 밝게 사시는 게 장수의 비결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문 할머니는 평소에도 밥과 김치, 나물반찬, 장류 등을 적은 양으로 하루 두 끼 정도 드실 정도로 소식하며, 집에만 있지 않고 동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일이 많다.

오전 9시 30분 정상에 도착한 문 할머니 모자는 정상에서 '만세'를 외쳤다. 남들보다 느린 발걸음으로 천천히 올라왔지만 문 할머니는 정상에 올라 가쁜 숨을 고르며 산 아래 정상에 펼쳐지는 경치를 즐겼다. 문 할머니는 "갑오년 새해 소원은 주변 모든 사람들의 건강"이라고 웃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