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공공 개혁과 민생 안정으로 희망을-경제 교육 문화

갑오년 새해, 한국 경제가 뚫고 나아가야 할 난관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성장과 고용의 실종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으면서 민생은 더욱 팍팍해질 전망이다. 기업과 가계의 심각한 부실, 떨어질 줄 모르는 청년 실업률, 자영업의 몰락, 치솟는 전셋값 등으로 인해 서민 불안은 계속 커지고 있다. 출범 2년째를 맞은 박근혜정부가 '민생 안정'을 올해 최대 목표로 내세운 것도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방증이다.

◆한국 경제의 뇌관, 기업'가계 부실

새해 경제 정책 과제의 첫머리에 '민생'이 오를 만큼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 체감도는 극히 좋지 않다. 불안한 미래 때문에 소비자는 지갑을 닫은 지 오래고 내수는 얼어붙었다. 기업의 투자는 지지부진하다. 정부가 특단의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민생은 더욱 수렁에 빠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더 이상 나빠지기도 힘든 상황에까지 몰렸고, 경제민주화에 대한 불만에다 자영업자, 직장인의 불안한 미래는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갈등을 불 지피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심각한 부실과 1천조 원에 가까운 가계 부채는 위험한 뇌관이다. 지난해 442억 달러 무역수지 흑자라는 기록적인 실적 이면에는 민간 부문 부실이 고스란히 잠복해 있다. 삼성전자'현대차 등 일부 사업장을 빼면 제대로 이익을 내는 기업을 찾아보기 힘든 처지다.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매각을 서두르는 기업이 속출했다는 것은 우리 경제가 쉽게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져 있음을 말해준다. 이런 기업 부실이 우리 경제의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공공 개혁과 지역경제 살려야

정부는 지난해 공공 부문부터 먼저 손을 댔다. 395개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의 과도한 부채는 이미 국가 부채를 뛰어넘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며 방만 경영을 바로잡겠다고 다그쳤다. 공공기관 부실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우리 경제에 큰 주름살을 지우고 사회 갈등이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공공 부문 부실에 대해 정부가 원칙을 세우고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심각한 부실 가운데 먼저 공공 부문부터 교정하고 체질을 바꾸지 않을 경우 파국은 시간문제다.

외적 요인들도 새해 우리 경제의 숨통을 바짝 조이고 있다. 올해부터 급격히 진행될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은 외풍에 취약한 국내 자본시장을 요동치게 할 공산이 크다. 2008년 이후 5년여 만에 1천 원 선 아래로 내려앉은 일본 엔화 약세 또한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

1일 새해 예산안이 어렵게 국회를 통과했다. 대구는 3조 1천293억 원, 경북도는 10조 2천637억 원의 국비 예산을 배정받았다. 대구시는 당초 정부안보다 1천 573억 원을 더 받았고, 경북도는 지난해보다 1조 2천244억 원(10.3%)을 더 많이 확보해 처음으로 국비 예산 10조 원을 넘겼다. 대구시는 SOC 분야 1조 298억 원, 미래 성장 기반 육성을 위한 연구개발'산업 분야 1조 176억 원을 각각 배정해 장기 성장 발전을 위한 기반을 조금이나마 닦을 수 있게 됐다. 경북도도 역점 사업인 광역 SOC 인프라 구축과 첨단 과학산업 육성에 탄력을 받게 됐다.

주지하다시피 대구경북은 지난 40년 동안 SOC 확충에서 늘 소외되어온 지역이다. 이번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도시철도 1호선 연장 사업 예산을 두고 민주당이 편법 증액이라며 황당한 주장을 제기해 지역민의 분노를 샀다. 민주당이 그동안 불요불급한 SOC 예산을 지역구에 퍼주고도 고작 50억 원 증액을 문제 삼는 것은 지극히 졸렬한 처사다. 국비 지원뿐 아니라 모든 부문에서 어느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거나 편중되는 것은 지역 균형 발전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실력 갖춘 지방대학 육성을

올해 교육계의 가장 큰 화두는 대학의 구조조정이다. 그동안 대학은 내실보다는 외형 늘리기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학령인구가 줄면서 대학은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현재 전문대를 포함한 전국 339개 대학 재학생은 55만 9천여 명이지만, 고교 졸업자는 2018년 55만 명을 기점으로 대학 정원을 밑돈다. 2023년에는 39만 8천 명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2023년까지 대학 정원을 40만 명 선으로 줄일 계획이다. 이 구조조정의 직격탄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은 지방대학이 맞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구조조정 일정과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 단지 지방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방대학 및 지역 균형 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이 그나마 희망을 주지만, 지방대학은 당장 생존의 문제가 걸린 만큼 강력한 구조조정과 대학별 특화를 통해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문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대구는 기존의 공연장과 오페라와 뮤지컬 국제 축제 개최 등으로 문화 인프라에서 어떤 도시에도 뒤지지 않는다. 여기에다 지난해는 오페라재단 출범, 대구예술발전소 개관과 대구시민회관 재개관 등으로 인프라를 더욱 강화했다. 문제는 이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장기적인 발전 방안 마련이다. 대구가 공연 문화 중심 도시로 나아가려면, 단순히 공연장과 공연 횟수가 많은 도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전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과 전문 인력 양성으로 기획에서 제작, 공연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시스템 구축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제, 문화로 성장을 견인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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