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기 철도 파업은 공익(公益)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철도노조의 주장을 달리 표현하자면 '공익 보호를 위해 파업을 한다'는 것쯤 될 것이다. 그런데 정작 공익의 수혜 주체인 국민은 큰 불편을 겪었다. 국민경제가 입은 손실도 1조 원이 넘는다. 공익을 위한다면서 공익을 파괴하는 엄청난 모순이다. 철도노조가 말하는 공익은 공익이란 '당의'(糖衣)를 바른 사익(私益)이란 의심이 드는 이유다.
차분히 생각해 보자. 코레일은 중병이 들어 있다. 빚은 천문학적 규모에 이른다. 그리고 매년 엄청난 적자를 낸다. 그런데도 매출액의 절반 가까이를 인건비로 쓰고 무슨 대단한 성과를 냈다는 것인지 두툼한 성과급까지 받아간다. 급여와 복지 및 신분 보장 혜택은 '신의 직장' 수준이다. 민간 기업이면 망해도 벌써 망했다. 그런데도 멀쩡히 살아있는 것은 국민의 세금이라는 마르지 않는 샘이 있기 때문이다. 철도 파업은 이런 기생(寄生) 시스템을 바꾸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이 공익을 낳을 수 있는가. 절대 아니다. 우선 부채 문제부터 따져보자. 공기업의 부채는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면 국민은 꼼짝없이 최종 변제자의 멍에를 써야 한다. 코레일의 누적 부채는 17조 원에 이른다. 규모부터 자체 변제 가능성을 회의케 한다. 더 큰 문제는 그다음이다. 빚을 줄이려는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민간 기업 같으면 인력을 줄이고 월급을 깎는 등 어떻게든 줄여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코레일의 '철밥통'들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결국 국민보고 갚으라는 얘기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코레일노조의 '파티' 비용 때문에 국민이 더 싼 요금으로 철도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당하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새마을호는 원가의 56.8%, 무궁화호는 48.6%이다. KTX는 106.7%로 원가 이상을 받는다. KTX에서 흑자를 내 일반 철도의 적자를 보전하는 시스템이다. 일반 철도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없는 국민이 이용한다는 점에서 이런 '불균형'은 어느 정도 수긍되는 측면이 있다. 문제는 원가가 합리적 수준이냐 하는 것이다. 원가에는 당연히 인건비가 포함된다. 코레일처럼 매출액의 절반 가까이를 인건비로 쓰는 구조라면 원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래 놓고 요금을 원가보다 낮게 받는다고 하는 소리는 설득력이 없다.
코레일노조가 이렇게 사익에 빠지게 된 이유는 독점에 있다. 물이 고이면 썩듯이 기업도 경쟁이 없으면 퇴보한다. 눈에 불을 켜고 소비자를 만족시킬 방법을 찾을 필요도, 밤을 하얗게 새워가며 생존의 길을 고민할 필요도 없다. 산업혁명 이래 인류가 이룩한 위대한 혁신의 추동력은 경쟁이었다.
이런 사실들은 공익은 반드시 공(公)이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진정한 공익은 국민이 우수한 품질의 생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매순간 경쟁할 수밖에 없는 민간 기업이 진정으로 공익을 만들어낸다고 할 수 있다. 경쟁에서 뒤진 기업을 기다리는 것은 소멸이다. 이런 운명을 피하려고 기업이 만들어내는 값싸고 질 좋은 재화와 서비스는 국민의 후생(厚生)에 기여한다. 이것이 바로 공익이다. 그런 점에서 KTX 경쟁 체제 도입은 공익에 부합한다.
코레일노조는 이번 파업에서 '민영화'를 괴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철도 민영화가 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요금이 수십만 원이 될 것이라는 SNS 괴담은 그들의 '민영화 불가' 프레임을 더욱 강고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철도를 안전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 민영화든 아니든 상관없다는 것이 국민의 요구다. 민영화는 결코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대부분의 OECD 국가의 철도 민영화는 이를 잘 증명한다. 그렇다면? 코레일노조의 '철밥통'은 반드시 깨져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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