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의 눈] "마을 위해 봉사" 3명 경쟁…'작은 민주주의'

달성군 옥포면 신당리 '이장 선거'

지방선거를 6개월 정도 앞두고 후보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는 요즘, 시골마을에서도 그와 못지않은 뜨거운 선거바람이 불었다.

지난해 12월 25일 달성군 옥포면 신당리 마을회관에서는 한 해 동안 살아온 살림살이를 결산 보고하는 정기총회 및 새해부터 마을을 이끌어 갈 새 이장 선거를 치렀다.

봉사직이라 할 수 있는 이장을 서로 하지 않으려는 다른 마을들과는 달리, 신당리에서는 서로 하겠다며 경쟁이 치열했다. 이날 후보로는 1번 윤장균, 2번 윤종명, 3번 신동문 씨가 출마했다. 후보들은 비닐하우스 일로 바쁜 주민들을 찾아 일일이 들로 다닐 뿐만 아니라, 경로당, 마을 공동 피로 회복실을 찾아다니며 사전 선거운동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2년 임기인 이장 선거의 투표인은 1가구 1인이었던 종전과는 달리 20세 이상, 주소지가 신당리로 되어 있으면 누구나 투표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아 유례없는 선거가 치러진 것이다.

윤장균 후보는 "나이가 들어 하던 일을 손 놓아 시간이 많아 마을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 다른 후보자들에게 젊으니 다음에도 이장을 할 수 있지 않느냐며 양보해 달라고 했는데 거절하더라"며 한 표를 부탁했고, 윤종명 후보는 "그동안 밖에서만 활동해 마을 일에 무관심했는데 지금부터 젊은 혈기로 열심히 봉사하겠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기도 했다.

신동문 후보는 "정보화 마을이 되어 외부 사람들이 마을로 들로 많이 찾는데 농로 주변을 정비하는 한편 마을회관도 문화공간으로 활용해 놀리지 않겠다"며 한 표를 호소했다.

이날 투표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회의실 입구에 있는 화장실 앞에서 표를 배부하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투표를 하도록 했다. 투표를 마친 주민들은 부녀회원들이 마련한 음식을 먹으며 누가 당선될지 궁금해하기도 했다.

이날 신임 이장은 구체적인 공약으로 출마한 3번 신동문 후보가 뽑혔다.

투표자의 명단 기록을 담당한 주민 김석재(50) 씨는 "주소가 마을로 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다. 어느 후보를 위해 투표하러 왔는지 알기에, 표 차이가 적으면 가려내겠지만 그냥 묻어두기로 의견을 모았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다음부터는 예전처럼 1가구 1인 투표제를 적용토록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이장뿐만 아니라 농협이사, 새마을 지도자, 영농회장, 대의원들을 뽑는 선거까지 이어져 종일 선거의 열기로 들뜬 하루가 되었다.

글'사진 우순자 시민기자 woo7959@hanmail.net

멘토'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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