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미애 교수의 부부'가족 상담이야기] 사람은 좋지만, 가난한 결혼은…

◇고민=저는 수년간 사귀어 온 남자와 내년에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저에 대한 그의 사랑만큼은 진실하고 자상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는 늘 저를 위해 헌신하고 감싸주는 좋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막상 결혼을 하자니 그의 가난한 여건이 너무나 부담스럽습니다. 제 친구들은 결혼할 상대와 사귀는 동안 상대로부터 값비싼 콘서트에 초대받거나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서 함께 와인을 나누며 사랑의 고백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얼마 전 성탄절 때 이 사람이 건넨 선물은 실망스러웠습니다. 한눈에 보아도 길거리에서 파는 싸구려 장신구임을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순간, 가난한 그와 결혼을 해서 계속 살아야 한다는 현실이 너무 서글펐습니다. 어릴 때 겪은 저의 가난한 생활에도 몸서리쳤는데…. 저는 결혼생활마저 가난이 되풀이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좌절감이 큽니다. 그를 사랑하지만 그의 가난은 싫고, 결혼에서 도망가고 싶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솔루션=여자라면 누구나 약혼자로부터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낭만적인 상황에서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귀하의 약혼자께서는 이런 여자의 마음을 몰라주고, 있는 그대로 소박한 선물을 하여 기대에 어긋나게 했군요. 더욱이 귀하께서는 어린 시절 몸서리쳐질 만큼 가난한 시절을 경험했으므로 결혼생활만큼은 가난을 재경험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가득할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한편, 그에게는 가난만이 아니라 귀하를 향한 그지없는 따뜻한 사랑도 함께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결혼을 앞두고 마음의 갈등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귀하가 그의 사랑이 진실한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단지 그가 가난하다는 것을 이유로 결혼을 파기한다면 귀하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도 한 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것은 귀하를 부정적으로 보라는 의미가 결코 아닙니다. 귀하를 위해 진실한 사랑을 주고 있는 상대 약혼자와 부자에 대한 환상적인 비교를 하여 평가절하하는 귀하의 마음에는 어떤 불안이 있기에, 귀하는 좋은 배우자감을 거부하고 있는 것인가를 탐색해 보자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가난한 약혼자와 결혼하면 다시 그 가난이 되풀이될 것 같은 불안이 들어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불안은 '그때, 거기서' 존재했던 불안입니다. 그 가난은 이미 과거 속에 있는 것이므로 변화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여기서'의 가난에 대한 불안은 귀하와 함께 결혼생활에서 힘을 합쳐 간다면 변화 가능한 것이라 여겨집니다. 부부의 견고한 사랑의 힘은 반드시 가난에서 벗어나 필요한 만큼의 부를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결혼생활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일까요? 무엇이든 살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돈일까요? 아니면 나를 소중히 하고 가장 아껴줄 수 있는 배우자의 사랑일까요? 이 두 개를 지금 양팔 저울에 올려봅시다. 조금이라도 눈금이 더 기우는 쪽을 귀하는 선택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의 끝부분에 이런 말이 나오지요. '이 세상에서 가장 잡기 힘든 것은 바람이 아니라 바로 사람의 마음이다'라고 말이지요. 귀하는 그 보물을 지녔는데도 먼 산의 무지개만을 바라보고 계신 것은 아닌지요. 지금 귀하가 받고 있는 정신적 사랑은 어쩌면 물질만 바라보고 결혼한 여성들이 목마르게 갈구하는 그 이상의 무엇일 수 있을 것입니다. 얼마 전 건네받았던 보잘것없는 그 선물은 행복을 보증하는 최고의 보물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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