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로랑 베그 지음/ 이세진 옮김/ 부키 펴냄
"내 주위엔 착한 사람뿐인데 왜 세상은 이따위로 흘러가는 거야?" 돌이켜보면 '나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우리는 희한하게도 선과 악, 도덕에 관해서라면 원인 모를 관용을 발휘한다. 무엇이 진짜 선이고 도덕인지, 인간은 원래 착한 존재인지에 대해 한 치의 의심 없이 스스로를 '착한 사람' '도덕적 인간'이라 칭하고, 타인의 도덕성에도 후한 점수를 준다. 우리의 믿음처럼 우리 모두가 '착한 사람'이었다면 사회는 반드시 좋은 쪽으로 갔어야만 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재치 넘치는 연구로 2013년 이그 노벨상을 수상한 로랑 베그는 이 책에서 특유의 유머감각과 깊이 있는 통찰로 '도덕적 착각'에 빠져 있는 사람의 심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자기만족적 경향에 힘입어 자신에게 유리한 사건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가 하면 실패는 운이 없어서,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다른 사람들이 심술을 부려서 일어난 일로 치부하고 만다.
저자는 우리가 심각한 '평균의 착각'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중간 이상은 된다고 믿고 있으며, 자신은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고, 남보다 '도덕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도덕적 자기만족은 매우 보편적이며, 사회에서 생겨날 수 있는 불화의 싹을 은닉하는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책은 '도덕적 자아'에 대한 환상을 깨부수며 인간의 도덕성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산물임을 풍자적으로 풀어낸다. 하지만 바로 이렇게 타인을 의식하기에 '나만 잘사는 것'을 바라는 게 아니라 '남들도 잘사는 것'을 바라는 도덕적 존재로 진화했다고 분석했다. 368쪽, 1만4천400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