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안녕하십니까?

지난 연말에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말이 화제였다. 평범한 인사말인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이 화제가 된 것은 서울의 한 대학교 학생이 현 시국상황에 무관심한 다른 학생들에게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써서 도전했기 때문이다. 이후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전국 곳곳으로 확산되었고, 사람들의 반응이 이어진 것이다. "안녕하십니까?"라는 물음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이 안녕하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별일 없는 것처럼 살아가고 있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은 별로 안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요즈음만 안녕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2013년만 안녕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사실은 그전에도 안녕하지 못했고, 사실상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안녕했던 시기는 없었다. 아놀드 토인비가 인류의 역사에 대해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고 표현을 했듯이, 인류의 역사는 아무 일도 없이 흘러온 것이 아니었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리 평온한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날마다 사건과 사고의 연속이며, 개인적으로도 가정적으로도 많은 어려움이 있는 안녕하지 못한 세상이라는 것이다.

이제 2014년이 시작됐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올 한 해도 안녕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안녕하지 못한 세상에 살기 때문에 늘 안녕하지 못하다며 살 것이 아니라 안녕하지 못한 세상에 살면서도 안녕한 삶을 사는 것이지 않겠는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생각해 보면, 좋지 않은 일도 있지만 좋은 일도 있다. 슬픈 일도 있지만 기쁜 일도 있다. 속상한 일도 있지만 감사한 일도 있다. 잃어버리는 것도 있지만 얻는 것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이 공존하는 세상이다. 그러므로 안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안녕하지 못한 부분들을 바로잡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일이 필요한 것처럼, 이 세상과 내 삶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바꿀 필요가 있다.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삼중고를 겪은 헬렌 켈러는 이런 말을 했다.

"하나님께서는 한쪽 문을 닫으시면 다른 문을 열어 주시는데, 사람들은 닫힌 문만 보다가 열린 문을 보지 못한다."

같은 상황에 있어도 부정적인 것을 크게 보는 사람은 낙심하며 불행할 수밖에 없고, 긍정적인 것을 크게 보는 사람은 감사하며 행복할 수 있다. 생각과 시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차피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안녕하지 못한 세상이다. 그러나 안녕하지 못한 것만 가득한 것이 아니라 안녕한 것도 많다. 안녕하지 못한 세상에서 살면서도 안녕한 삶을 살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이승현 대구평강교회 담임목사 1020ls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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