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한강의 기적'을 이룬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다. 전후 60년 만에 국민소득 260배, GDP 500배, 수출액은 1만 배 증가한 경제 10위권의 국가가 되었다. 같은 기간 세계 GDP가 약 10배 정도 증가하였으니 우리가 50배 빠른 성장을 한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도 놀랍다.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발표한 SCI논문은 1977년 34편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약 1천200배가 증가하여 논문발표 수로 세계 10위의 나라가 되었다. 또한, 미국 특허 등록에 있어서도 1984년 대비 약 400배가 증가하여 세계 4대 특허강국의 위치를 차지하였다.
이런 눈부신 성장은 아무도 믿지 않았던 불가능을 가능케 한 것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1961년 일본 정부는 "한국 경제는 인구 과잉, 자원 부족, 공업 미발달, 군비 압력, 정치의 졸렬 등 문제점을 안고 있어 절망적"이라고 분석했고, 한국전쟁의 영웅 맥아더조차 "한국이 1세기 안에 재건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최근에는 한국의 기적적 성장이 과연 계속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지난 7년간 '마(魔)의 2만달러'에 정체하면서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들려오고 있다. 미국 월 스트리트 저널은 "기적은 끝났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제 '마(魔)의 2만달러' 정체에서 벗어날 새로운 성장판을 짜기 위한 범국가적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이를 위해 '창조경제'를 제시하였다. 21세기 창조혁명시대가 도래하는 글로벌 트렌드를 직시할 때 아주 시의적절한 슬로건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어떻게 창조경제를 이루어 나갈 것인가이다.
무엇보다 먼저, 융'복합 기술혁신을 통한 신성장동력 산업육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제조업 등 기존산업에 우리나라의 강점인 ICT를 융합한 스마트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과 ICT 기술을 융합한 스마트자동차산업, 전력산업과 ICT를 접목한 스마트그리드산업, 기존 보건산업에 ICT 기술이 합쳐진 웰니스산업 등이 신성장동력 산업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산업들은 국내시장 100조원, 세계시장 1천조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 규모여서 이 분야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한다면 대한민국 두 번째 기적 창출의 기폭제가 되고 창조경제 실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융'복합 기술혁신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져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혁신이 산'학'연 간의 협업적 혁신이다. 기초연구 결과가 기업에서 첨단 제품으로 생산되기까지는 응용 연구와 상용화 연구를 거쳐 '죽음의 계곡'을 무사히 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학에서는 기초연구를, 연구소에서는 응용연구를 그리고 기업에서는 제품개발을 위한 상용화 연구를 한다. 고로 이들 3주체 간의 긴밀한 협업적 체계구축이 새로운 기술을 재빨리 상품화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달리 박사급 연구인력이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소에 편중되어 있고 산업체에서는 고급인력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므로 산'학'연 간의 협업적 협력이 매우 필요하다. 이런 점에 주목하여 필자가 DGIST 초대 총장으로 부임한 이후 'DGIST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행사를 수시로 개최하여 지역기업들과의 협업적 혁신체계를 구축해 오고 있다. 이를 통해 기술 이전, 기술출자회사 출범, 공동 연구 등 지역 산업체와의 수많은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융'복합기술 혁신과 산'학'연 협업적 혁신이 푸른 말이 이끄는 새로운 성장수레의 두 바퀴가 되어 한강의 기적에 이은 대한민국의 두 번째 기적을 창출해 가길 새해 벽두에 소원해 본다.
신성철(DGIST 초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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