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흡연에 문열고 난방에…대한민국은 '과태료 공화국'

"세수 채우기" 꼼수 불만

새해 들어 제도 변경과 단속 강화로 인해 과태료 부과 항목이 늘어나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행정기관과 경찰은 "기본적 법질서 확립과 국민 생활의 편의를 위해 과태료 항목이 늘었다"고 하지만 시민들은 "세수 부족을 메우려는 것 아니냐"며 불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100㎡ 이상의 음식점 등에서 흡연이 전면 금지된다. 이에 따라 100㎡ 이상 음식점들은 별도로 설치하는 흡연실을 제외한 영업장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만약 이를 어겼을 경우 음식점 등 사업장은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는 경우 최대 1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또 문을 연 채로 난방을 하면서 영업하는 상점들에 대해서는 1차 적발 때는 경고조치로 끝나나 2차 적발 때부터 50만원씩, 최대 300만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동물등록제가 전면 실시되면서 반려견을 등록하지 않고 키우다 적발되면 1차에는 경고로 넘어가지만 2차 적발 때는 20만원, 3차 적발 때는 4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교통관련 분야의 과태료 항목도 많이 증가한 상태다. 4월부터 교차로나 건널목 주변, 횡단보도와 버스정류장 부근 등 도로 가장자리에 두 줄의 황색 실선이 그어진 구역에서는 주차나 정차가 전면 금지된다. 위반 시 승용차에는 4만원, 승합차에는 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버스나 택시를 운전하는 여객운수종사자들도 차내에서 흡연이 금지되며 이를 어기면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경찰은 교통법규 위반에 대해 범칙금을 더 엄격하게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2월 14일부터 운전 중 DMB를 조작하는 건 물론 켜놓기만 해도 차종에 따라 3만~7만원 범칙금과 벌점 15점을 부과한다. 다만 신호대기나 정차 중 DMB를 시청하거나 내비게이션을 확인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구경찰청은 또 끼어들기, 정지선 위반, 꼬리물기, 안전띠 미착용 등 4대 교통무질서 등에 대한 단속을 더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올해 신설되거나 강화된 과태료 대부분이 생활에 밀접하게 연결되는 것들이라 자칫 의도치 않게 과태료 폭탄을 맞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택시기사 김모(64'대구 북구 산격동) 씨는 "주'정차 금지에 흡연 금지까지 이것저것 다 걸려서 과태료 내라고 하면 수입은커녕 연료비도 안 나오겠다"며 "서민들에게 너무 고통을 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특히 과태료 항목이 늘어나고 범칙금 부과 항목에 대한 단속이 강화된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정부의 세수 부족분을 서민이 떠맡는 것 아니냐"며 의심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차재철(31'대구 서구 평리동) 씨는 "정부의 예산 부족분을 과태료로 때우려는 심산 아니냐"며 "과태료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불쾌할 때가 많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와 대구경찰청은 기초질서 확립을 위해 단속을 강화, 과태료'범칙금을 부과하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대구시 관계자는 "과태료 징수를 위해 단속인력을 늘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과태료 부과 항목이 늘었다고 보는 것은 오해"라고 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단속의 목적은 기본적인 법질서 확립을 위한 것이지 다른 뜻은 없다"고 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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