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에 필요한 건 소소한 파괴를 통한 그 시장만의 '전통'입니다."
이랑주VMD연구소의 이랑주(41) 대표는 '비주얼 전문가'다. 그의 직업인 VMD(Visual Merchandising & Display)는 상품 기획부터 매장 인테리어, 진열 방식, 서비스 등 매장 환경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이 비주얼 하나로 이 대표는 전통시장의 매출을 들었다 놨다 한다.
이 대표의 매장 환경 컨설팅을 받고 조언을 받아들인 상인들은 매출신장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실제로 생선을 직선으로 진열하지 않고 대각선으로 진열해보라는 권유를 받아들인 한 매장은 매출이 30% 이상 증가했다. 물고기가 헤엄칠 때 사선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비스듬하게 진열하면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비주얼을 달리하는 것만으로도 매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는 상인들만이 이런 긍정적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10여년간 유명 백화점 여러 곳에서 디스플레이 업무를 담당하다 어느날 매장 환경 컨설팅이 가장 필요한 곳이 시장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2006년 사표를 던지고 전통시장의 환경을 바꾸기 위해 전국 곳곳을 다니기 시작했고, 전통시장 비주얼 전문가로 알려지면서 컨설팅과 강의 의뢰가 쏟아졌다. 그러던 중 이 대표는 갑자기 해외로 떠났다. 외국의 전통시장을 보고 우리 전통시장이 나가야 할 방향을 찾기 위해서다.
"1년 동안 40개국 150여개 전통시장을 찾아다녔죠. 사람들이 찾는 전통시장은 그들만의 특색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시장이 나가야 할 길도 거기에서 보이더군요."
이 대표는 현재의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이 지나치게 인프라에 집중돼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벌이고 있는 시설현대화가 전통시장만의 경쟁력을 오히려 약화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경쟁을 하려면 시장에서만 살 수 있고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어야 합니다. 전통시장을 대형마트처럼 만들기 보다는 전통시장만의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거죠."
그가 지난 1년 동안 다녀본 전통시장에서 손님이 모이는 집은 따로 있었다. 바로 '소소한 파괴'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곳들이었다. 폴란드에는 양파피클에 파프리카와 후추를 이용해 웃는 얼굴을 만든 '스마일 피클' 이, 일본에는 한 입 크기의 평범한 타코야키가 아닌 야구공 크기의 타코야키를 파는 가게가 소소한 파괴로 손님들을 끌고 있었다.
"우리나라 전통시장의 활성화도 이런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매장만의 전통, 그 시장만의 전통을 만들어서 제대로 '전통'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결국 콘텐츠가 좋으면 손님들은 저절로 오게 만드는 게 전통시장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입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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