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는 삼양식품이 최근 5년간 총수 일가가 대주주인 내츄럴삼양에 '통행세' 명목으로 70억 원 이상의 판매 수수료를 불법 지원한 사실을 적발해 시정 명령과 함께 26억 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대형소매점에 라면을 납품하면서 아무런 역할도 없는 계열사를 거래 중간에 끼워넣어 판매 수수료를 챙기도록 부당 지원했다는 이유에서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와 마찬가지로 이 같은 불법 행위에 중견기업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에서 개탄할 일이다.
이 같은 내부 불법 지원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7월 롯데피에스넷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구매하면서 롯데알미늄에 통행세를 지급하다 적발된 바 있다. 하지만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내부 부당 지원을 하다 적발된 것은 삼양식품이 첫 사례다. 내츄럴삼양은 라면 수프 등 조미료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회사로 삼양식품 총수 일가가 전체 주식의 90% 넘게 보유한 비상장 주식회사다. 라면 납품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도 삼양식품과 내츄럴삼양은 지난 2008년부터 5년 동안 1천600억 원 넘게 서로 거래하면서 수수료 70억여 원을 챙기도록 도왔다.
내츄럴삼양은 통행세로 챙긴 이익으로 삼양식품 주식을 사들여 지분율을 2007년 8.8%에서 2012년 33.3%로 크게 늘렸다고 한다. 라면 업계 2위 회사인 삼양식품의 전인장 회장은 내츄럴삼양을 통해 삼양식품 계열사를 지배하는 꼴이 된 것이다. 삼양식품이 저지른 불법 사례는 또 있다. 지난해 3월 농심'오뚜기'한국야쿠르트 등 라면 제조업체들과 2001년부터 라면 가격을 담합해오다 적발돼 총 1천354억 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는데 삼양식품은 담합 자진 신고(리니언시) 감면 혜택에 따라 과징금 120억 원을 면제받기도 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에도 손대지 않고 코 푸는 식의 이런 불법 행위가 만연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국은 기업 내부의 부당 지원 행위에 대해 철저히 감시하고 단호히 조치해야 한다. 기업들의 이런 불법 행위는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나아가 경제민주화를 방해한다는 점에서 더 이상 묵과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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