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봄의 일이다. 봄바람이 상쾌하게 불던 어느 날 정오쯤 동대구역으로 향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카리스마 첼리스트 양성원 교수를 만나기 위해서이다. 동대구역에서 북구문화예술회관까지는 차로 30분 거리이기 때문에 약간의 멘트와 인사말 정도는 미리 준비를 하였고 전날부터 문자로 서로 소개를 하며 마중을 나가겠다는 약속을 하였지만 첼로의 대가 모습이 궁금했고 문자를 주고받을 때와는 달리 나를 뻣뻣하게 응대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많이 긴장을 하였다. 마침내 첼로 가방을 양쪽 어깨에 메고 한쪽 손에는 여행용 가방을 끌고 나오는 양성원 교수와 처음으로 인사를 하였다.
훤칠한 키와 카리스마 있는 얼굴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호남형이었고 친절한 말투와 행동은 소박하다 못해 나를 어쩔 줄 모르게 하였다. 나를 상상 이상으로 배려하였고 그래서인지 우리는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며 공연장에 도착하였고, 도착하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무대 장비점검을 시작하였다.
"선생님 혹시 첼로 의자가 어디 있나요?"하며 직접 가지러 가기도 하고 무대 포지션은 먼저 무대감독에게 정해달라고 요청까지 하였다. 웬만한 아티스트들은 무대감독이나 스태프들에게 시키는 게 일반화되어 있었고, 무대 포지션은 공연장 사정에 개의치 않고 자기가 편한 포지션으로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는데 내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배려의 연속이었다. 특히 오늘 무대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에 도전하는 극히 어렵고 힘든 연주회이기 때문에 양성원 교수의 까다로운 요청을 모두 받아줄 생각이었다.
리허설은 혼신을 다한 연주였고 리허설이 끝난 후 '울림이 전국 공연장에서 다섯 번째 안에 들어가는 아주 좋은 공연장'이며 '오늘 연주가 너무 잘될 것 같다'고 덕담까지 해 주었다. 이 한마디에 공연장 직원으로서의 자부심과 보람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곧 본공연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을 하루에 완주하는 바흐 마라톤 대장정이 시작되었고 2시간 30분의 연주에 기립박수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이쯤 되었으면 연주자도 관객도 지칠법한데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으로 또다시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하는 모습에 존경스럽기까지 하였다.
숨죽인 3시간에 가까운 연주회를 마친 양성원 교수는 공연장 직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수고하였고 고맙다는 말까지 전한 후 지인들과 함께 공연장을 빠져나갔다. 그는 진정한 신사였다. 무엇일까, 그가 남기고 간 이 진한 감동의 여운은?
박병준(대구북구문화예술회관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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