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녀교육 비타민] 학습의 나비효과

나비의 날개 짓처럼 작은 변화가 커다란 변화를 유발시키는 현상을 나비효과라고 한다. 학습에도 나비효과와 같이 우연히 작은 동기가 매우 좋은 결과를 초래하거나 나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필자는 초등학교 3학년까지만 해도 수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4학년이 되었을 때 우연히 아버지께서 불쏘시개로 사용하기 위해 얻어 오신 책이 수학을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책은 당시에는 보기 드물게 요즘 유행하는 스토리텔링과 같이 재미있는 이야기로 수학내용을 소개한 것이었다. 그 책을 몰래 숨겨놓고 읽고 난 후 수학을 더 좋아하게 되었고, 수학을 좋아하니 잘하게 되고, 이후로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되어 수학교육을 전공하게 되었다고 확신한다.

이처럼 우연한 동기가 공부를 잘하게 하는 변화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공부를 싫어하거나 학습 불안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전자는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후자의 경우는 아동의 학습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를 야기한 나비의 날개 짓을 찾아 대책을 세우는 것이 좋다.

학습에서 불안을 갖는 원인은 다양하다. 실패에 대한 민감한 반응, 학습에 대한 부정적 태도, 기초 학습 결여의 누적, 교사나 친구와의 좋지 않은 관계, 부모의 기대감과 권위에 의한 압박, 자존감의 결여, 학습 환경의 부실 등.

부모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어떤 과목에서 불안을 더 심하게 느끼는지를 찾는 것이다. 그런 후 위의 요인들 중에서 학습 불안에 영향을 미치는 나비의 날개 짓을 찾아야 한다. 대학원생 제자인 선생님들에 의하면 학습에 불안을 겪는 아동을 대해보면 부모의 영향이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고 한다. 아동의 능력은 고려하지 않고 너무 높은 기대감으로 압박하는 경우도 있고, 어려서부터 아동이 필요로 하는 것이면 처음부터 끝까지 챙겨주어 부모에게 의존하는 성향을 갖게 되어 학습에 대한 주인의식과 자존감이 낮아지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아동이 공부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면 솔직하게 서로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해 보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관점을 갖고서 말이다. 특히 이전에 비해 성적이 좀 떨어졌다고 잔소리를 하거나 핀잔을 주면 더욱 주눅이 들어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 낮아질 것이다. 또한 또래나 친척의 다른 아동과 비교하여 상처를 주는 말도 삼가야 한다.

야구에서 타자의 평균 타율이 0.300 정도면 매우 잘한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타자라도 10번을 쳐서 7번 정도는 실패를 경험한다. 성공한 타자들은 안타의 성공률보다는 실패율이 더 높지만 두려워하지 않는다. 부모는 이러한 사례를 들어가면서 자신의 아동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있도록 격려해 주어 불안을 치유해 주어야 한다. '천재는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노력에 의해 결실을 맺는다'는 에디슨의 말과 같이 공부는 타고난 능력보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버릇이 강한 아동은 학습의 주인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점을 일깨워 주어 학습 계획을 스스로 짜서 실천하도록 인내를 갖고 지켜봐 주자.

부모는 아동이 학습에 대해 불안해하는 나비의 날개 짓을 찾고, 대화를 통해 아동의 든든한 지원자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학습 불안을 치유하는 첫걸음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류성림(대구교육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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