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대박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연두 기자회견서 '한마디로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해 네티즌들의 화제를 모았다. 평소 품위 있는 언어를 구사해 온 박 대통령의 입에서 의외로 대박이라는 말이 터져 나왔으니 호사가들의 관심을 끌 만했다.

하지만 '대박'은 엄연히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는 우리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대박'에 대해 첫째 '어떤 일이 크게 이루어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대박이 나다, 대박이 터지다, 대박을 터뜨리다 등으로 쓰인다. 이는 크게 흥행에 성공하다, 큰돈을 벌다, 횡재하다는 뜻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또 대박은 바다에서 쓰는 큰 배나 큰 물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큰 배는 역시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다. 이 역시 큰 이득을 뜻하는 비유적 의미로 사용된다. 그러니 대박이란 말은 이래저래 긍정적으로 해석해야 할 여지가 크다.

대박은 국어대사전에 버젓이 등재돼 있음에도 그 어원에 대해서는 정설이 없다.

영화계에선 오래전부터 흥행에 성공함을 비유하기 위해 이 표현을 사용해 왔다고 한다. 한국 영화가 흥행에 크게 성공했을 때 대박을 터뜨렸다고 하는 것도 여기서 연유했을 것이다. 그래도 그 어원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어원은 확실하지 않지만 그 반대편에 '쪽박'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쪽'은 우리말로 '작은'이란 뜻이다. 그러니 쪽박은 '작은 박'이다. 주로 구걸하는 데 사용되다 보니 '쪽박을 찼다'면 '폭삭 망했다'는 뜻이다.

쪽박을 차는 것보다는 대박이 터지는 편이 훨씬 낫다. 박 대통령이 연초 '통일은 대박'이라는 표현을 입에 올린 것은 통일을 향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부정적인 사람들은 통일 비용을 논하고 긍정적인 사람들은 통일 효과를 논한다. 통일은 잘되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고 못되면 쪽박을 찰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새누리당 대선 캠프에서 가장 즐겨 사용되던 건배사가 '대박'(대통령은 박근혜의 줄임말)이었다. 당시 '대박'을 이룬 박 대통령이 다시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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