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업관광 굴뚝에 피는 관광의 꽃] <2>경북의 산업관광 인프라

홍보 치우친 기업견학 '관광 날개' 달아야

경북 지역에는 글로벌기업과 다양한 향토
경북 지역에는 글로벌기업과 다양한 향토'지역 연고 산업이 산재해 산업관광 거점으로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전문적인 관리시스템이 전무하고 기업들은 자사 홍보에 집중해 산업화되지 못하고 있다. 장성현기자

경북 지역에는 산업관광 자원이 풍부하다. 글로벌기업인 포스코를 비롯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공장이 있고, 사과'포도'감'배'대게'오징어 등 농수산물 가공산업도 활발하다. 한방과 한지, 원자력, 수력발전소 등 전국 최고 수준의 지역 전통 및 지역 연고산업 기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관광의 중심으로 성장하기엔 넘어야할 산도 적지 않다. 양적으로 뒤떨어지지 않지만 전문적인 관리시스템은 전무한 형편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산업관광보다는 자사 홍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향토기업 및 지역 연고산업은 부족한 홍보 및 연계 상품, 지자체의 인식 부족 등으로 산업화되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 가장 활발, 삼성'LG는 자사 홍보 집중

지난해 12월 27일 오전 포항시 포스코홍보센터. 동국대 국제비즈니스 과정 학생 13명이 포스코 홍보센터에서 포스코 홍보 영상을 지켜보고 있었다. 중국과 베트남, 미얀마에서 한국을 찾은 석'박사 과정 학생들은 포항제철소의 설립 과정과 경영 현황, 철이 만들어지는 과정 등에 대한 12분짜리 동영상을 관람했다. 이어 소형 버스를 타고 원료 부두와 원료 야드, 고로, 발전소, 제강공장, 연주 공장 등을 버스를 타고 둘러본 뒤 열연 공장에서 실제 공장을 둘러봤다. 학생들은 거대한 코일을 보며 탄성을 지르거나 벌겋게 달아오른 압연 철강의 열기를 느끼려고 안전 유리에 손을 대보기도 했다.

이들을 인솔한 문태수 교수는 "학기 종료 후에 기업체 현장을 방문하고 싶다는 학생들의 요청으로 포항제철소 견학을 신청했는데 반응이 굉장히 뜨겁다"고 말했다.

포항제철소 견학 프로그램은 연간 30만 명이 방문한다. 단체 견학과 개별 방문이 가능하고, 방학기간에는 2시간에 걸쳐 제철공정과 포스코역사관을 살펴볼 수 있는 계절 견학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지역에서 가장 산업관광의 기반을 갖춘 곳은 포스코다. 특히 포스코역사관은 매년 9만~10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는 대표적인 기업 홍보관이다. 포스코의 역사와 정신, 기업문화, 비전을 담은 이곳은 2만4천여 점의 관련 자료를 갖추고 있으며 성수기인 봄'가을에는 하루 최대 1천 명 이상이 방문한다.

글로벌 IT기업의 생산공장이 있는 구미에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2009년 문을 연 구미시 LG디스플레이 전시관은 80㎡ 규모에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초고화질(UHD) 텔레비전과 3D TV, 컴퓨터 모니터, 노트북, 스마트폰 등이 진열돼 있다. 직접 3D TV의 화질을 체험할 수 있고, 경쟁사와 스마트폰 화질을 비교하는 코너도 있다. 삼성전자 구미스마트시티 홍보관인 스마트갤러리도 있다. 2011년 1월 문을 연 스마트갤러리는 800여㎡ 규모로 구미사업장에서 생산되는 휴대전화와 카메라, IT 관련 제품 등을 전시한다. 3D 영상관을 통해 생산설비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휴대전화 전시공간에는 삼성전자의 첫 생산품부터 최근 출시된 제품까지 그동안 삼성전자가 내놓은 1천800여 종의 각종 휴대전화 모델이 전시돼 있다. 개관 이후 2만여 명이 방문했다.

◆지역 연고 산업 자원도 풍부

의성군 단촌면 후평리 ㈜한국애플리즈. 사과와 석류, 산수유 등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와인을 생산하는 이곳에서는 체험 관광상품을 운영한다. 2005년 홍보 체험관을 개관했고, 연간 관광객 2만여 명이 사과 따기와 와인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24개 여행사와 연계해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방문객의 90%는 대만, 싱가포르, 홍콩,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관광객들이다. 특히 서울과 강원도 평창'정선, 경주나 부산을 찾는 관광객의 중간 경유지로 각광받고 있다.

'나만의 와인만들기' 체험을 하는 숙성조에 들어갔다. 377ℓ 크기의 대형옹기 100여 개에 7년 이상 숙성된 와인이 가득 담겨 있다. 방문객들은 항아리에 담긴 와인을 직접 병에 주입하고 코르크 마개도 직접 닫는다. 1층 전시장에서 찍은 사진을 인쇄해 병에 붙이면 나만의 와인이 완성된다. 전시관 2층에서는 사과파이를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고, 와인도 시음한다. 사과 따기 체험을 한 방문객들은 소포장된 사과를 사가기도 한다. 체험 시간은 1시간~1시간 30분가량 걸린다.

지난 2010년 6월 개관한 월성원자력홍보관도 연간 12만 명이 방문하는 대표적인 산업관광 장소다. 국내 유일의 중수로형 원전단지인 월성원전과 원자력사업 전반을 홍보하는 이곳은 2천36㎡ 크기에 영상실과 전시실, 주차장 등을 갖추고 있다. 원전 사택에서 머물며 발전소를 견학하는 1박2일 숙박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견학 수준 머물러, 연계상품도 부족

글로벌기업들은 영상실과 전시실, 홍보관, 역사관 등의 시설을 갖추고 생산 현장 일부를 공개한다. 기업의 역사와 가치관, 생산제품의 이미지 등을 알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자사 홍보에만 치중한 나머지 지역 관광 상품과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30~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소규모 시설이고, 사내 식당을 이용할 수 있는 포스코를 제외하면 편의시설도 없다. 예약을 해야만 이용할 수 있는 점도 관광자원화되지 못하는 이유다. 포스코의 경우 최소 방문 이틀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한다. 포스코 견학 프로그램을 찾는 외국인 개인 관광객이 극히 드문 이유다. 구미 스마트갤러리의 경우 사전예약을 거친 방문객이나 고객사만 대상으로 개방하고, LG디스플레이는 일반인들에게는 아예 개방하지 않는다.

대중 교통이 불편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업체의 대부분이 수출입이 편리한 공단 지역에 있기 때문에 개별 관광객의 접근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산업 관광에 참여를 원하는 관광객들의 편의를 개선하고 주변 관광자원과의 연계를 위한 교통 체계 구축도 필요한 이유다. 다국어 지원 등 전문 인력 활용이 부족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포스코를 방문한 중국인 육춘호(28) 씨는 "한국의 대규모 산업 시설을 둘러보는 건 드문 기회"라면서도 "영어가 서툰 학생들도 있는데 동영상은 영어로만 설명되고 안내는 한국어로만 진행돼 아쉽다"고 말했다.

편의시설이나 숙박시설이 부족해 체류형 관광으로 이어지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단순 견학 프로그램으로는 높은 관광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애플리즈의 경우 관광객을 위해 사과를 활용한 찜닭 등 요리를 제공하지만 15명 이상이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다. 일반 개별 관광객이 와인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한임섭 한국애플리즈 대표는 "고운사와 사촌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은데 이들이 머물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고, 체계적인 연계 관광 상품도 없는 형편"이라며 "다양한 지역 관광 자원과 연계한 테마공원 방식의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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