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은 뭐니 뭐니 해도 5일장의 장터국밥 맛이 가장 토속적이다. 도심 한가운데서도 전통시장의 장터국밥 맛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45년 전통의 '벙글벙글식당'의 육개장이다.
벙글벙글식당은 대구의 대표적인 육개장 전문식당이다. 45년 전 대구 중심가에서 문을 연 김영화 할머니가 원조다.
대구를 대표하는 국밥은 대부분 따로국밥이라고 부르지만, 벙글벙글식당에서는 한결같이 육개장을 고집하고 있다. 따로국밥은 대부분 선지를 넣은 해장국 종류다. 하지만 벙글벙글식당은 쇠고깃국의 깊은맛을 내는 육개장 명가다.
◆45년 전통의 맛
벙글벙글식당은 대구백화점 본점 신관 옆 작은 골목 안과 옛 한일극장 옆에서 오랫동안 영업을 했다. 10여 년 전 2'28공원 웨딩 골목 쪽으로 이전해 여전히 대구 국밥의 한 축을 이어가고 있다. 벙글벙글식당은 대를 이어 큰아들 양영은(52)'주미숙(52) 씨 부부가 수성구 범물동에 직영점을 열고 15년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며느리 주 씨는 오랫동안 시어머니 곁에서 전통 방식의 육개장 만드는 법을 배워 김영화 할머니의 손맛을 이어가고 있다. 김 할머니는 착한 심성을 가진 며느리를 '딸'이라고 부른다.
◆육개장과 비빔밥의 조화
벙글벙글식당 범물직영점은 수성구 동아백화점 수성점 뒤 상가 건물 1층에 있다. 노란색 간판에 '벙글벙글'이라는 이색적인 글씨체가 눈에 쉽게 들어온다. 오늘 단골손님은 '예사모' 회원들이다. 예사모는 '예수님을 사모하는 사람들'이란 뜻으로 예수님의 복음을 전하는 모임이다. 자리에 앉으면 곧바로 음식상이 차려진다.
육개장과 수육, 비빔밥이 주메뉴다. 기본 상차림은 큼지막한 깍두기와 쪽파 김무침, 다진 마늘 등 단출하다. 주미숙 사장이 먼저 수육 한 접시를 선보인다. 삶은 부추와 양파 위에 소머리고기와 소양을 수북하게 얹어 김이 솔솔 피어난다. 고기 한 점을 양념간장에 찍어 맛보니 쫄깃하면서도 야들야들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담백한 맛이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 자꾸만 입맛을 당긴다.
수육 맛을 즐기는 사이에 뚝배기에 담긴 육개장이 등장한다. 육개장의 구수한 냄새가 갑자기 시장기를 재촉한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떠 맛보니 무와 대파에서 뭉근하게 뿜어져 나오는 달착지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입안을 개운하게 한다. 주미숙 사장은 "사골과 사태를 24시간 동안 푹 고아 육수를 만든다"고 설명한다. 국 안에 길쭉하게 들어 있는 고기는 양지다. 씹을수록 양지 특유의 매력적인 맛이 살아난다. 고기가 한 점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진 마늘을 국물에 살짝 풀면 또 다른 맛으로 변한다. 깍두기, 쪽파 김무침은 육개장과 잘 어울려 맛을 한층 높여준다. 쪽파 김무침은 그냥 먹어도 좋고, 국에 넣어도 잘 어울려 이색적인 맛을 낸다.
예사모 회장인 이형국 아세아건업 대표는 "시원한 국 맛은 밤새 푹 고아 만든 사골육수와 대파, 무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의 맛이 어우러져 마치 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시던 그 추억의 쇠고깃국 맛"이라며 "45년 동안 한결같이 이 맛을 유지해오는 것은 그만큼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는 뜻이다"고 평가한다. 김영형(전 농협 성서하나로클럽 농산팀장) 씨는 "벙글벙글 육개장은 뭐니 뭐니 해도 한 그릇 먹고나면 등줄기에 땀이 죽 흘러내리면서 속이 든든해지게 하는 시원한 맛 아니겠느냐"며 "국 안에 들어 있는 양지도 쫄깃쫄깃한 게 매력적인 맛이라 늘 한두 점 더 맛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한다.
회계사사무소 오상종 대표는 "입맛이 까다로운 편인데 이 집의 육개장은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 맛이 오랫동안 입안에 감돈다"며 "배부르게 먹고 나서도 늘 속이 편안하다"고 말한다. 그린닥터 이영구 대표는 "부산 출신이라 평소엔 생선을 좋아하지만, 토속적인 음식이 생각나면 꼭 벙글벙글 육개장을 먹으러 온다"고 한다. 이 대표의 부인 김을순 씨도 "채식 위주의 음식을 즐기지만, 이 집의 육개장 맛은 다른 집과 달라 좋아한다"고 치켜세운다. 벙글벙글식당의 별미는 다양한 나물로 깊고 정갈한 맛을 내는 비빔밥이다. 주미숙 사장이 큼지막한 놋그릇에 비빔밥을 비벼 맛을 보여준다. 숙주와 당근, 오이, 토란에다 삼색 나물 등 각종 나물이 어우러져 상큼하면서도 고소해 한 입 먹으면 입안 가득 행복감이 든다. 육개장은 토속적인 맛, 비빔밥은 도시의 세련된 맛이다. 육개장 6천500원, 비빔밥 6천500원, 선지 추가하면 4천원(대)'2천원(소), 수육은 2만원(대), 1만5천원(소). 국은 포장 가능하다.
사진'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규모: 입식 50석
▷주차장: 없음. 주변에 알아서
▷영업시간: 오전 7시~오후 10시
▷예약: 053)783-9990. 대구 수성구 지범로 39길 11-12(범물동)
◆'이맛에 단골!' 코너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친목단체, 동창회, 직장, 가족 등 어떤 모임도 좋습니다. 단골집을 추천해주시면 취재진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지면에 소개해 드립니다.
▷문의 매일신문사 특집부 053)251-1582~4, 이메일 inf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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