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PC방 금연' 열흘째, 아직도 담배연기 솔솔∼

적발 과태료 무섭지만 손님 짜증 낼까 못본 척…흡연 부스 설치하기도

9일 대구 동구 한 PC방에 금연구역 안내판이 걸려 있다. 이 PC방은 흡연실이 따로 설치되어 있어 PC방 내부에서 흡연하는 이용객들을 찾아볼 수 없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9일 대구 동구 한 PC방에 금연구역 안내판이 걸려 있다. 이 PC방은 흡연실이 따로 설치되어 있어 PC방 내부에서 흡연하는 이용객들을 찾아볼 수 없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7일 오후 대구 동구 신천동 한 PC방. 입구와 계산대 등에 'PC방 전 구역이 금연이므로 협조 부탁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종업원에게 "담배 피울 수 있는 곳이 어디냐"고 물어보니 종업원은 계산기 맞은편의 한쪽 구석을 가리키며 "저쪽 휴게실에서 피우면 된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PC방 좌석들을 돌아본 결과 약 20명의 손님 중 5명이 이미 담배를 물고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들은 재떨이 대신 종이컵을 옆에 두고 담배를 피우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이 PC방 업주는 "금연구역이니 담배를 꺼 달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때뿐이다"며 "말리자니 손님이 불쾌해할 것 같고 단속에 적발되면 피해가 생기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근처의 또 다른 PC방. 담배 피우는 곳이 어딘지 물어보자, PC방 종업원은 "요즘 보건소에서 단속이 시작돼서 함부로 재떨이를 드리거나 흡연을 하라고 말씀드릴 수 없다"며 "흡연 부스를 곧 설치할 예정이니 그때까지만 참아달라"고 했다. PC방에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손님이 담배에 불을 붙인 채 전화를 받으며 화장실에 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PC방 종업원은 이를 말리지 않았다.

PC방의 금연구역 단속 계도 기간이 끝나면서 적발되는 업소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실제 단속이 이달 1일부터 시작됐지만 PC방을 찾은 손님들은 이 사실을 모른 채 여전히 흡연하면서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금연법 시행에 따라 올해부터 PC방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금연구역 표시를 하지 않은 업소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한다. PC방 안에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지만, 게임 등을 하면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흡연석을 따로 둘 수는 없다. 금연시설임을 표시하지 않고 영업하다 1차 적발 시 170만원, 2차로 다시 적발되면 340만원, 3차로 적발됐을 때는 5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PC방에서 담배를 피우다 단속에 걸렸을 때에는 1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PC방 업주들은 '금연구역' 표시를 PC방 여기저기에 붙여놓기도 하고, 손님들에게 흡연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어떤 PC방은 큰돈을 들여 흡연 부스를 설치하기도 한다. 이날 찾아간 또 다른 PC방은 흡연 부스가 설치돼 있어 담배를 피우고 싶은 사람은 흡연 부스로 들어가 피울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PC방 업주는 "금연법 시행 이후 매출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금연법 시행 이후 본격적인 단속에 들어가면서 자리에서 담배 피우는 것을 막았더니 손님들이 몰래라도 피울 수 있게 해 주는 곳으로 옮겨가더라는 것이다. 금연법 시행 덕분에 PC방 공기는 깨끗해졌지만 매출이 줄어드는 것은 막을 방법이 없었다는 것. 이 PC방 업주는 "차라리 업주와 손님 모두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단속을 더 강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연법과 관련해 이를 단속할 만한 인력은 부족하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시와 8개 구'군청의 금연법 관련 단속인원은 22명에 불과하다. 대부분 대구시 인원이고 각 구'군청에는 1, 2명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단속 인원을 늘리려고 올해 예산 편성을 요구했지만 결국 수용되지 못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PC방의 경우 단속에 대한 저항감이 센 편이라 지금의 인력으로는 쉽게 단속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경찰의 협조도 구하고 있지만 미리 인력 확보를 하지 못한 채 시행하다 보니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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