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내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비주류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9일 친이계 좌장으로 알려진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자신의 트위터에 '작은 충성은 큰 충성의 적'이라는 뜻을 담은 글을 올렸는데, 이에 대한 정치적 해석이 분분하다. 게시된 글은 중국의 고서인 '한비자' 10과편의 고사를 인용한 '행소충 즉대충지적야(行小忠 則大忠之賊也)'로, 주군의 입맛에만 맞는 언행을 하는 부하가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자신의 개헌 주장에 반대하며 얼굴을 붉혔던 친박 맏형 서청원 의원과 충성 경쟁에 앞장선 친박계 의원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당협위원장 만찬에도 불참했다. 이날 자리엔 친이계인 정두언 의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음날 저녁 열린 당 상임고문단 만찬에는 친이계로 분류되는 강재섭'김형오 고문이 빠졌다. 친이계는 특히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정부의 중점 사업인 4대강 사업을 공개 비판하고, 예산을 줄인 것에 상당히 불쾌해했다고 알려졌다. 불참자들은 개인적인 일정 때문이라고 하지만, 일각에선 친박 일색의 국정운영에 대한 반감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박근혜정부 들어 새누리당 내 주류로 분류된 친박계와 비주류의 갈등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적은 거의 없었다. 새누리당 의원 가운데 3분의 2 정도가 친박계로, 박 대통령 집권 1년 동안은 비주류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양상인 탓이었다.
하지만 최근 사정은 좀 다르다. 당 안팎에서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한 개헌론을 중심으로 비주류의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이 의원은 "이번 임시국회부터 개헌특위를 운영해야 한다"며 개헌 논의에 불을 지폈다. '개헌추진 국회의원모임' 소속 의원들은 박 대통령의 부정적 의사에도 개헌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태도다.
친박계와 비주류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지방선거와 전당대회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 대표 선거인단과 지방선거 후보 공천권 등을 가질 기회를 두고 주도권 싸움을 하는 것이라는 것.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당내 주류에서 밀려나 있던 비주류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며 "지방선거에서 야권에 지게 된다면 비주류의 위상과 목소리는 더욱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